저음부를 맡은 첼로와 오르간 (또는 합시코드) 이 함께 사운드 레이어의 뼈대인 저음을 깔아주면 3대의 바이올린이 3중 돌림노래를 하면서 그 사운드 레이어의 3개의 층을 더 쌓는다. 한대는 좌측에, 한대는 중앙에, 그리고 한대는 우측 공간에 울림을 형성하면서 3성의 돌림노래를 부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간다. 조화와 충돌, 긴장의 하모니. 이것이 파헬벨 캐논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파헬벨의 캐논 (Pachelbel's Canon in D) 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그 음악의 진짜 매력을 듣는 방법이기도 하다. 캐논의 매력은 선율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1st 바이올린이 좌채널에서 레가토 스타일로 천천히 하강하고 상승을 반복하는 그 유명한 테마 2 마디를 연주하면, 이어서 2nd 바이올린이 1st 이 갔던 길을 똑같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2nd 의 2마디가 끝나면 3rd 도 똑같은 선율로 2nd 를 따라간다. 이렇게 3대가 끝까지 간다. 위 동영상에서 연주하는 3명의 바이올인 연주자는 좌측부터 차레로 1st, 2nd, 그리고 3rd 이다. 그래서 이 음악은 꼭 스테레오로 들어야 한다. 위 유튜브 고화질 영상은 사운드가 스테레오이니 꼭 확인하기 바란다.


파헬벨의 캐논은 이 3중 돌림노래를 연주하는 3대의 바이올린을 개별적으로 미행하는 즐거움 또한 여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여기에 저음의 탄탄함을 함께 엮어 듣는 것이 또한 굉장히 재미있으며 한번 들으면 두번 듣고 싶고 두번 들으면 세번 듣고 싶다. 전형적인 바소 콘티뉴오를 사용한 바로크 스타일의 기악 연주의 캐논을 그저 선율만 따다가 변주를 한 것을 듣기 보다는 이렇게 3성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오르간의 연주로 구성된 것을 꼭 듣기를 권한다.

상당히 많은 수의 대중음악이 이 캐논의 선율과 코드 진행에 빚을 지고 있는데 난 이 원래의 버전보다 아름답게 편곡된 것을 들어 본 일이 없다. 불가능할거다. 바이올린 사운드의 돌림노래여야만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음악이니까.


2008년 11월 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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