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원래 인간이 악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악마의 꼬임에 넘어갔기 때문일까. <The Devil's Advocate 1997> 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키아누 리브즈가 이번에는 십자가를 휘두르며 악마에게 복수를 합니다.

Hellblazer 라는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콘스탄틴 2005> 은 멕시코의 한 청년이 나찌 깃발에 싸인 Spear of Destiny 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신의 아들인 예수의 피가 묻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창은, 악마의 아들 마몬을 지상으로 불러들이는 도구가 된다는 설정이죠. 그런데, 이 멕시코 청년이 향하는 곳은? 바로 천사의 도시, 로스 앤젤레스입니다.

오늘날의 LA를 천사의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인종차별은 여전하고, 자본주의는 점점 더 번성하여 빈부 차는 극도로 심해지고, 불법체류자들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도시가 아닌가요. 어쨌든 악마의 아들이 선택한 도시 LA에서 악령을 쫓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콘스탄틴은 여형사 안젤라와 함께 마몬의 탄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귀신은 선악의 의미에서는 다소 애매모호한, 주로 "원한"에 의한 복수를 행하는 초자연적 존재이지만, 서양의 귀신들은 선과 악, 두 편으로 명확히 나누어져서 천사와 악마라는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주장에 의하면, 현세에 존재하는 혼혈천사와 혼혈악마들은 인간의 귓속에 속삭이면서 인간을 선으로 이끌거나 악으로 유혹하게 됩니다. 가끔씩 규칙을 어기고 순종악마들이 현세로 넘어오면, 그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콘스탄틴의 임무이죠.

그렇다면, 인간이 죄를 저지를 때에는 악마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지 천사가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둘러댈 수 있는 걸까요? 이 세계가 선한 쪽과 악한 쪽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면, 그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택하는 것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자유의지여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종교의 힘을 빌든, 도덕의 힘을 빌든 간에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겠지요.

따라서 이 세상이 나날이 악으로 번성하고 있는 이유는 의지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들의 책임이며, 아무 생각없이 세상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무책임한 인간들은 영화에서 지옥 불길 사이를 뛰어다니던 뇌없는 흉측한 괴물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쟁과 기아와 환경파괴와 온갖 악이 점점 더 번성하는 이 세상이 지옥과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날은 멀지 않은 듯 하니까요...

<콘스탄틴> 은 영화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 이 세상에 악이 창궐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담배와 알코올 중독에 대한 어정쩡한 계도는 좀 웃겼지만 말이죠. 이 암울한 세상에서 "자살하면 지옥에 떨어지리라"는 교리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지만, "희생을 하면 구원받으리라"는 교리는 이타심을 찾아보기 힘든 지금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매트릭스> 에 이어 또한번 세상을 구한 키아누 리브즈는 "자기 희생"을 통해 목숨을 부지합니다.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 차림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에게 유니폼처럼 되어버린 복장은 다소 진부한 이미지를 주기도 하네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피터 스토메어의 연기가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2008년 1월 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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