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2006)

OLD POSTS/영화 2013. 12. 27. 10:34


음악이 그 음악만으로도 마음을 주고 받는 대화라는 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배경음악이나 컬러링 사운드로 전락해 버린 싸구려 음악의 홍수 속에서,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표현하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대충 흥얼거리거나 흘려듣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가끔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귓가에 들어오면 아, 음악이란 원래 이런 거였지.. 하고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영화 Once 를 보면서 진정한 음악의 울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내내...



음악을 그냥 흘려들으며 그의 앞을 무심히 지나가는 바쁜 행인들을 상대로 연주를 하는 주인공은 낮 동안에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다른 가수들의 곡을 연주하고, 듣는 이가 거의 없는 밤 동안에는 허공을 향해 자신의 진심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거리에서 꽃을 팔던 소녀의 마음에 와 닿게 되죠.


이 두 주인공의 인간적, 음악적 교감을 그려낸 이 작품은 대사보다는 음악을 이용해서 서로의 감정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을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뮤지컬 영화에서 보여지는 작위적이거나 과장되고 어색한 대사 전달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리고 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감정 묘사를 보여줍니다.

사랑의 아픔과 절망을 노래하면서 터져나오는 분노는 다소 거친 기타 연주에 실리고, 애절하고 설레는 사랑의 감정은 섬세한 아르페지오 기타 반주와 피아노 연주에 담기며, 그리고 두사람에게 싹트는 사랑의 감정은 함께 하는 연주의 하모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감독 John Carney 는 음악을 듣기 위해 멍하니 틀어놓을 수있는 영화, 즉 "비주얼 앨범"으로서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Once 는 정말로 영화를 위해서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 만든 영화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시간 반동안 음악을 보고 나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 시도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모두 전문 뮤지션이라는 점이겠지요. 감독과 남자 주인공역의 Glen Hansard 는 The Frames 라는 밴드를 함께 했었고, 여자 주인공인 Marketa Irglova 는 Glen Hansard 와 함께 음반을 냈던 singer/pianist 입니다.

Glen Hansard 는 알란 파커 감독의 음악영화 The Commitments 에서 어리버리한 기타리스트 역할을 한 게 전부인 초보 배우이지만, 그의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 자신만큼 진솔한 눈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처음 영화 구상 단계에서는 킬리언 머피(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플루토에서 아침을)가 주연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무산된 것이 무지 다행이라고 여겨지네요. 그녀의 음악만큼이나 순수한 눈빛을 지닌 Marketa Irglova 의 꾸밈없는 연기도 훌륭했고요.

그의 기타에 뚫린 구멍처럼 떠나버린 연인이 남긴 상처로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그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자와의 실패의 기억을 가진 그녀가 조심스럽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음악에 담긴 가사는 언제나 "아름다운 시"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더블린 태생의 Glen Hansard 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Damien Rice 를 비롯한 아이리쉬 뮤지션들의 탁월한 재능에 대한 감탄을 금할 수 없기도 하죠.



사랑해 라는 말이 모든 매체에서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들의 소중한 사랑은 낯선 체코어 속에서 Lost in translation 되고, 사려깊은 머뭇거림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이 함께 나눈 음악과 마지막에 그가 그녀에게 남긴 선물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지는 것 같습니다.


2007년 9월 22일 작성


Posted by bopboy
TAG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