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2005>의 DVD 재킷이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왼쪽에 보이는 여주인공 역할의 Miranda July 는 비디오 아티스트, 소설가로도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예술가였군요. 2005년 깐느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그랑프리, 골든 카메라상, 젊은 비평가상 등을 휩쓸고, 선댄스에서도 극찬을 받았던 이 영화를 며칠 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감독의 분신처럼 보이는 크리스틴은 비디오 아티스트이면서 부업으로 택시 운전을 합니다. 절친한 할아버지 마이클과 백화점 신발 매장에 갔다가, 판매원인 리차드에게 반해 버리죠. 리차드의 두 아들 피터와 로비는 막 별거를 시작한 부모에게 냉담하고 무심하게 대합니다. 집안에서는 컴퓨터 채팅에만 몰두하구요.

피터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십대 소녀 헤더와 레베카는 성적 호기심이 지나치게 왕성하며, 리차드의 직장 동료 앤드류는 두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피터의 이웃인 실비는 용돈을 아껴 20년 뒤에야 쓰게 될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취미를 가졌고, 미술관 큐레이터인 낸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남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struggle 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사소해 보이기도 하는 그 고민들이, 사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는데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섬세한 외모의 이 감독은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들려줍니다.

잔잔히 흘러가는 작은 강물 위로 반짝반짝 무언가 빛나는 것이 발견되는 것처럼,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와 독백 속에서 보석같은 대사들이 튀어나오고, 상처받거나 외로운 마음을 보듬어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자동차 위의 금붕어 장면, 두 꼬마의 컴퓨터 채팅 장면, 피터가 인형을 주는 장면,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 그리고 마카로니 ...

부모에게서 받지 못하는 관심과 진심,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애정과 소통, 직장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함, 자신의 분야에서 받지 못한 인정과 자신감 등의 결핍으로 방황하던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 위안과 치유를 찾게 되죠.
그리고 그 위안과 치유를 제공하는 이들은 낯선 사람이 아니라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중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다지 의욕없이 살아가는 듯해 보이는 이들이지만, 알게 모르게 주위의 누군가를 마음 깊이 배려해 주고 있었고, 배려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감싸주는 것이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을 참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 그리고 너,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단 한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세상은 너무 쓸쓸한 곳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사실 그 모든 사람 중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1명, 2명?


2007년 7월 25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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