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지인들로부터 "네 장례식에 참석할 친구는 한명도 없을 걸." 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서, 주위에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보지만 다들 한결같이 "너한테 친구가 어딨어. 단 한명도 없잖아." 라고 확인사살만 당하게 되자 당황하게 된 프랑소와 (Daniel Auteuil) ....

프랑스 감독 Patrice Leconte 의 2006년 영화 <Mon Meilleur Ami> (My Best Friend) 는 중년의 나이에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순수한 어린시절에 비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를 새로이 사귄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건 다들 동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와보면, 계산적이거나 사무적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친구" 를 얻을 기회는 점점 적어지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나이들어서도 얼마든지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럴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도 좀 필요하겠지만...

가벼운 코미디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진정한 친구" 의 정의에 대해 관객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영화 대사 중에 나온 것처럼 "새벽 3시에도 전화 걸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서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등등 여러가지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제가 들었던 친구의 정의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거 하나를 소개하자면...

      People who know you well, but like you anyway.

내 단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친구... 이런 사람이 한두 명만 곁에 있어도 사는 것이 정말 든든하지 않을까요? 프랑소와가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지 아닌지는 영화의 결말을 보시면 알겠죠...

영화를 보다가 인상깊었던 대사 중 하나는 "사랑(우정)을 시험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사랑(우정)이 아니야...."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우정을 시험하고자 할 때 이미 그 우정은 깨진 도자기처럼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줄거리를 따라간다는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만, 나름 프랑스식 코미디가 맛있게 녹아 들어가 있는 유쾌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

Patrice Leconte 는 매우 좋아하는 감독 중 한명입니다.


* Michael Nyman 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던 수작, <Monsieur Hire> (1989),
*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으로 잘 알려져 있는 <The Hairdresser's Husband> (1990),
* 시네마 천국 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나왔던 <Tango> (1993),
* 쟈니뎁의 연인인 Vanessa Paradis 의 매력이 돋보이는 <The Girl on the Bridge> (1999),
* Juliette Binoche, Daniel Auteuil, Emir Kusturica  세 주인공의 아... 정말 대단한 연기 force 를 느낄 수 있었던 <The Widow of Saint-Pierre> (2000),

이 영화는 2001년 국내 1850 길로틴 트래지디 라고 개봉... Emir Kusturica 는 <아빠는 출장중>, <집시의 시간>, <아리조나 드림>,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 Leconte 영화 단골배우인 Jean Rochefort 아저씨의 연기가 멋졌던 <The Man on the Train> (2002),
* 혼란과 호감의 교차점이 로맨스임을 보여준 <친밀한 타인들> (Intimate Strangers : 2004)


영화 하나 하나가 다 개성이 넘치고, 재미있고도 멋진 작품들입니다.  Leconte 영화는 그래도 우리나라에 많이 개봉/출시되는 편이어서 <The Man on the Train> 만 빼고 나머지는 다 국내에서 봤던 것 같습니다. 배철수 음악캠프 나가서 음악소개할 때 두번째로 튼 음악이 Leconte 영화음악이기도...


이 Mon Meilleur Ami 는 <Apres vous> 라는 영화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다니엘 오떼이유 가 3년 전에 <Apres vous> (After You : 2003) 라는 작품에서 이 <Mon Meilleur Ami> 에서의 프랑소와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거든요. 프랑스 영화제에서 우연히 관람했었는데 주제곡이 매우 흥겨운 영화로 기억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남들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밖에 모르던 프랑소와가 아니라, 남들 일을 챙겨주느라 자기 일은 늘 뒷전이던 앙트완으로 출연합니다. 남자 둘이 주인공이고, 그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벌이는 경쾌한 코미디라는 점에서 이 두 영화의 기본구조와 컨셉이 흡사하죠.

공원을 지나다가 자살하려던 루이를 우연히 발견한 앙트완은 목숨을 구해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루이가 또다시 자살을 시도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물심양면으로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애쓰는 역할로 나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우울한 캐릭터를 너무나 웃기게 소화한 José Garcia 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어젯밤 DVD 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다니엘 오떼이유는 역시 이기적이고 야박한 역할보다는 친근하고 오지랖 넓은 역할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_^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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