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Still Life 라는 타이틀을 보고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를 노래한 Annie Haslam의 곡 Still Life 가 잠시 떠올랐습니다만, 이 영화는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애니 해슬럼의 아름다운 노래와는 거리가 먼 무척 쓸쓸하고 슬픈 영화였습니다.

어느 새 중국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떠오른 지아 장커의 <Still Life> 라는 이 영화는 댐 건설로 사라지게 된 중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산업화와 자연 파괴, 가족의 해체를 급속하게 겪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건조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기대하게 되는 선남선녀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평범하고 다소 삶에 찌든 듯한 외모를 가진, 늘어난 런닝셔츠 차림의 아저씨와 소박한 차림의 여인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현실의 갑갑함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배 안의 남루한 승객들의 사실적인 모습을 담은 롱테이크의 인상적인 첫장면을 시작으로 이 영화는 영화 내내, 건설적인 산업화나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사는 피로하고 지친, 무력한 인민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중장비없이 인간의 망치질만으로 이루어지는 건물 철거 장면이 계속 반복되면서 황량함과 삭막함, 소외감을 증폭시키기도 하죠.

막노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방독면을 쓰고 온몸을 밀폐된 장비로 보호한 채 인체에 유해할 것이 예상되는 화학물질을 뿌려대는 장면은 섬찟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알 수 없는 물체가 하늘을 날아간다든가, 커다란 건물이 뜬금없이 로켓처럼 발사되는 등의 가끔씩 나오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은 그 상징적 의미를 잘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느낌으로나마 어느 정도는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전에 환경 관련 글을 쓰면서, 현재 지구의 환경오염에 막대한 책임을 가지는 선진국들이 후발주자인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석탄 소비, 오염 물질 발생을 제지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자문한 적이 있기도 한데,

표면적으로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만 보이는 경제성장 또는 자연개발이 현재 대다수의 중국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일부 대도시에서 자본의 단맛을 즐기고 있는 극소수 중국인들은 제외하고. 감독은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고개숙인 사람의 실루엣으로 그 대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현실은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도 한데, 그들이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황사와 함께 우리 대기를 뒤덮고 있고,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는 식료품과 공산품이 우리들의 밥상에, 집안에 도달합니다. 뉴스에서도 종종 그들의 안전 불감증, 충격적일 만큼 비위생적인 식품들, 신뢰할 수 없는 제조과정들이 폭로되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국토가 넓은 것이, 인구가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광대한 대륙, 통제나 규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광활한 지역들... 내 주변 가까이에 살지 않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물건들이 양심과 윤리를 저버린 채 만들어지고 있고,

인구가 너무 많아 길가의 돌맹이처럼 흔한, 존재가치가 상실되고 있는 인간들에게 인간성 파괴와 노동의 가치 절하가 정말 잔혹하게 가해집니다. 영웅본색을 보며 주윤발이 되기를 꿈꾸던 꼬마는 영화 속 유일하게 희망찬 인물이었지만 결국 수많은 양아치 중 한명일 뿐었던 그는 힘없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차라리 인구가 적었다면, 인간의 목숨을 덜 가벼이 여기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좁은 땅에 자원도 부족하다면, 좀더 미래를 걱정하고 자연을 아끼고 환경을 우선하지 않을까요...

광활하게만 보였던 지구와 풍부할 것만 같던 자원도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 얼마 버티지 못 할 것 같은데, 인간성마저 황폐하게 만드는 개발과 건설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요...

2007년 6월 2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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