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만에게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겼던 <The Hours> (2002) 을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Billy Elliot> 이후 연출한 두번째 장편인 이 영화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아주 깊은 연민과 강한 인상을 주었던 로라 브라운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와 장면 장면에 박히던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필립 글래스의 음악인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한 니콜 키드만보다는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로라 브라운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도리스 레싱의 1978년 단편소설인 To Room Nineteen 에서 19호실을 찾는 수잔의 슬픔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만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던 ...

그 음악의 心象은 아마도 <The Hours>(1998) 원작자인 Michael Cunningham 의 의도였을꺼라 추측되는데, 사실 필립 글래스 외에 다른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후, 마이클 커닝햄의 두번째 소설인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 (1990) 가 Michael Mayer 에 의해 2004년 동명 타이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는 "세상 끝의 사랑"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됨.


마이클 커닝햄이 원작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덥석 DVD 를 집어 들었던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영화에 삽입된 70~80년대의 주옥같은 음악들과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Duncan Sheik 의 감성적 선율이 가슴 깊이 파고 들어 왔습니다. Leonard Cohen 과 Laura Nyro 등의 음악이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클래식, 팝, 락, 미니멀리즘 음악 등 다양한 선곡의 이 OST 역시 OST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드는 편집음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70~80년대의 문화와 자유분방함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강추함.

어린 시절의 친구인 두 남자와 한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인 이 영화는 상투적인 삼각관계를 영상으로 그려낸 것이라기보다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엮어가는 갈등을 치유하는 음악이 주인공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책보다 음악에 먼저 눈을 떴다고 말하는 커닝햄은 이 영화를 통해 문학과 락음악을 결합하여 아름다운 젊은 영혼들의 캐릭터들을 형상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또는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육체적 관계나 성별의 구분을 떠나서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영화는 또한 그려내고 있기도 하죠.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조나단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바비, 그리고 마음이 따뜻하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클레어가 함께 꾸민 집은 "Family can be whatever you want it to be." 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고...

OST 속지에 보니까 마이클 커닝햄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는데, 뭐랄까.. 그의 이야기는 마이클 커닝햄 원작 영화의 음악들에게서 느꼈던 뇌리에 박히는 그 강력한 인상에 대한 설명... 이었습니다.


Whenever anyone asks me about my major literary influences, I always mention Virginia Woolf, Gustav Flaubert, Jimi Hendrix, Laura Nyro, and the Morrisons, both Jim and Van. Rock music was my first intimation of the heights to which human beings could ascend, using nothing but their voices and their hands. Books came later.

When I read Virginia Woolf for the first time, in high school, I told my friends I'd discovered a writer who had done with language something like what Jimi Hendrix was doing with a guitar. It was the highest praise I had to offer. As I grew older, and started trying to write fiction myself, I thought as much about Patti Smith's raging earnestness and the stern sorrow of Leonard Cohen as I did about Chekhov's subtlety and Flaubert's compassion.

My second novel,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 was meant essentially as a book-length rock song in literary form. The cadences of its language come from the music I grew up with. I tried to approximate a rock n' roll beat as I worked my way from sentence to sen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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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 sense,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 was my attempt to take one of the commonest human experiences - boyhood friendship - and insist that it mattered as much anything in Shakespeare. That's something I learned, at least in part, from rock. Rock music raises the ordinary to operatic levels. It insists that our loneliness, and confusion, our wild nights and our love affairs gone wrong, are significant subjects, worthy of guitar riffs and drum solo. As a writer, I've tried to put some measure of that reckless generosity onto the printed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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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ael Cunningham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찬사도 정말 멋지고, 글 전체가 정말 좀처럼 보기 힘든 최고의 Rock 찬사네요.


2007년 6월 11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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