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개봉했던 <In This World> (2002) 에서 아프간 난민 청년과 소년의 런던으로의 험한 여정을 다루었던 Michael Winterbottom 이 작년에 만든 <The Road to Guantanamo>를 며칠 전에 보았습니다.

<In This World> 는 미국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의 텐트촌 난민이 된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상과 희망이 없는 고향을 떠나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두 주인공이 겪는 People Smuggling 의 비인간적 실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다큐 드라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보시길를 추천합니다.


<In This World>로 2003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했던 윈터바텀은 작년에는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로 베를린 은곰상 (2006)을 수상했습니다. 베를린 영화제가 사랑하는 이 영국 감독을 처음 접했던 건 Thomas Hardy 의 소설을 영화화했던 <Jude> (1996) 였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메세지를 깊이 담은 다큐드라마들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프간 난민이라든지, 미국 관타나모 감옥에 대한 고발을 다루다보니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꽤 골치아픈 감독이 아닐까 싶은데,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하게 되구요...

실화에 바탕에 둔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사실감있는 화면을 재구성해내는 데 재능이 뛰어난 윈터바텀은 이 영화에서 처참하게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How far will we go in the name of security?"

국가보안을 앞세워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폭력은 독재를 겪은 모든 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낯설지 않은 형태의 폭력일 것입니다. 잔혹한 고문과 거짓 자백 강요, 비인간적인 감금 등등 ... 이 영화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도 여전히 이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 결혼식에 가려고 가볍게 여행을 떠난던 세 명의 영국 청년(파키스탄계)이  알 카에다와 같은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쿠바에 있는 미국의 포로수용소 관타나모에 끌려가 아무런 물증도 없이 3년 동안 고문과 수모를 당한 이 실화는 또다른 섬찟함을 전달합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모든 이슬람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경우라면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폭력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과 그 대상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종과 종교만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무방비 상태로 포로수용소 마당에 묶여있는 포로들보다도 훨씬 더 겁에 질린 눈빛으로 포로들에게 과잉 진압을 가하는 철저히 무장된 미군들의 모습은, 엄청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두려움에 시달리며 전 세계 약소국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휘둘러대는 덩치 큰 카우보이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몹시 씁쓸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동시에 실화의 주인공이들이기도 한 세 청년은 베를린 영화제 수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국 공항에서 한시간이나 경찰에게 억류되는 고초를 또다시 겪었다고 하죠. 9.11 이후로 미국과 영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를 감소시키는 커녕, 평화주의자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도록 마음 먹게 만드는 역효과가 더 크지 않은가 싶습니다.

2007년 5월 14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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