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2006)

OLD POSTS/영화 2013. 12. 27. 17:10


지난주 광화문 시네큐브를 오랜만에 찾아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2004>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하나 花よりもなほ 2006> 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를 워낙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그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출시된 DVD를 모두 구입했었는데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 등) 아직 하나도 못 보고 있네요. 아무도 모른다 로 2004년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던 야기라 유야의 연기 또한 정말 인상깊어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기억도 납니다. 최연소 수상이라고 하죠. 이때 박찬욱은 올드보이로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를 수상...



9.11. 이후에 사회에 만연한 복수심을 보며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은 에도 (1603~1867년의 봉건시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무라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에도시대는 사무라이들이 이제는 관료가 되어 활동한 시대로 최고지위인 쇼군이 막강 권력으로 전국을 집권하던 시기입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복수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와 "평화로운 시대에 무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를 묻고 있습니다.

첫 등장 화면에서부터 미닫이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해 쩔쩔 매는 꽃미남 사무라이 소자는 전형적인 사무라이 영화의 주인공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입니다.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으면서, 복수에는 그다지 의욕적이지도 않고 ... 하루하루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이 사무라이의 고뇌는 주변 캐릭터들의 유머 넘치는 개성과 어우러져서 유쾌하면서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된 조연들은 하나하나가 재미로 똘똘뭉쳐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현명한 사다, 비겁한 열혈 사무라이 히라노,
가족등 중에서는 유일하게 소자를 이해해주는 외삼촌 등등 ... 등장 인물 하나하나 모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관객들에게 판단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울림을 남겼던 고레에다 감독은 한층 가벼워진 하나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세련되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합니다.

직설적으로 전달하지는 않고 있어 처음에는 명확치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생각하게 되네요. 복수와 충성 그리고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게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비장하게 맞서는 것보다 안 아프게 얻어맞거나 재빨리 도망가는 게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시대가 평화롭다면 무사(군인)라는 직업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정감 넘치는 공동체 의식을...

그 배경이 되는 시대를 에도시대가 아니라 현대로 바꾸어 생각해도 전혀 다르지 않은 듯 보이고, 행복한 영화 한편에 마음이 정말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2007년 4월 3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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