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마일 다이어트란, 100 마일 거리를 뛰어서 살을 뺀다 뭐 그런 얘기는 아니구요.. 캐나다의 Alisa Smith 와 James MacKinnon 부부가 시작한 캠페인인데, 사는 곳에서 100 마일 반경 이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만든 음식을 고집하는 생활방식을 말합니다.

밴쿠버에 사는 프리랜서 작가인 이 부부는, 보통의 북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들이 생산지로부터 평균 1,500 마일 (2,400 km)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고, 장거리 수송을 통해 식탁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100 마일 다이어트라는 무모한 도전을 1 년간 시도합니다.

100 마일 이내의 빵집에서 구운 빵이라 하더라도 이 조건에 맞으려면, 빵에 들어가는 밀가루, 버터, 설탕 등 모든 재료가 근거리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하는데, 캐나다 밴쿠버의 100 마일 반경 안에 밀밭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부는 결국 한동안 빵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도 설마 밀가루를 구할 수 없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하네요.

그 밖에 이들이 포기해야했던 음식들은 설탕, 올리브오일, 쌀, 맥주, 커피, 초콜렛, 열대과일 등으로 둘이서 100 마일 식단을 시작한지 6주 만에 빠진 몸무게의 합이 15 파운드 (약 6.8kg) 였다고 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살빼기까지 함께 이루어진 셈이네요. 결국 나중에는 60 마일 거리에 있는 한 유기농 밀 방앗간을 예외로 인정하기도 했다고... 참고로 이 방앗간은 800 마일 떨어진 곳에서 재배된 밀을 사용하고 있었음.

그러면, 이 부부가 도대체 왜 이런 운동을 벌인 걸까요?


- 먼저, 환경 보호 라는 문제인식입니다. 대형 수퍼에서 파는 농산물을 운송하는 데에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운송하는 것에 비해 무려 17 배의 연료를 사용하게 된다고 하니,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비행기는 어마어마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이며, 배는 엄청나게 오래걸리는 운송수단으로 방부제 사용이 불가피하기도 하죠.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에 +6℃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 세계화 (Globalization) 에 따른 기업형 식품 생산의 반대로 일종의 반세계화 운동이죠. 생물학적 다양성을 해치는 일괄 재배 방식에 반대하는 운동입니다. 인류의 전 역사를 통해서 보면 총 7,000 여종의 식물이 섭취되어 왔지만 현재 세계 식품 소비를 보면 단 20종의 식물이 섭취량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 지역의 소규모 농가들이 계속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수퍼마켓 체인이나 대형 기업을 배불리는 대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죠.


이런 정치적 이슈들도 있는 반면, 건강에 직결되는 이슈들도 있습니다.


- 지역농산물을 먹게 되면, 수확한지 며칠 안 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죠. 몇주 혹은 몇달 걸려서 도달하는 (방부제가 잔뜩 첨가된) 기업형 농산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 잘 익은,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제철 과일들, 즉, "진짜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도 컸다고 합니다.

- 재배방식이나 보관방식을 일일이 확인할 수없는 기업형 농산물은 그것이 유전자 조작이 된 제품인지, 재배 과정에서 살충제를 얼마나 사용한 건지, 방목한 소인지, 축사 안에서 항생제 맞으며 자란 소인지 등등의 자세한 정보들을 판매자로부터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역 농축산물은 생산자와 판매자가 동일하거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재배 및 사육과정을 직접 확인하기도 쉽겠죠.

- 대량 생산된 인스턴트 식품들이나 화학성분이 많이 첨가된 가공식품을 먹지 않게 되고,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먹게 됩니다.


이 운동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많이 퍼져 나가고 있어서 미국, 캐나다,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관련 정보를 웹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몇몇 식당들은 100 마일 다이어트 식재료를 가지고 영업을 한다고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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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한살림을 비롯해서 비슷한 맥락의 운동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먹는 음식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뺏기고, 구입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국내에서 키울 수 있는 작물을 중국이나 멀고도 먼 칠레에서 수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기나긴 운송과정을 거친 식품들이 어떻게 더 싼 가격에 거래되는 건지, 이런 이상한 일들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나, 그 지방의 유리한 기후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기도 하겠지만, 운송을 위한 여러가지 간접 비용들이 모두 숨어있다가 결국은 우리에게 되돌아 오게 되죠. 그 간접비에는 도로 정비, 석유 회사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환경 정화, 식수 정화에 사용되는 세금들, 소규모 농가 보조금, 심지어 광우병 치료 연구비 등이 포함...

국내에서 투명한 과정으로 생산해서 소비할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았을 여러가지 비용들이 추가로 부담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경 또한 과도하게 오염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단지 가격이 싸다고 해서 외국산 농축산물을 많이 사먹게 되면 결국 우리에게 그 댓가가 돌아오게 됩니다.

최근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몇달간 배에 실려 운송된 유기농 과일이 과연 얼마나 환경적으로 우수한 식품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죠.

어쨌든간에 "식량을 마구 해외에서 수입해들이는 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정부에서 하루빨리 인식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먹거리 수입이라는 것이 정말 자동차와 휴대폰 수출에 도움이 되는지... 그 전에 건강한 음식의 가치가 과연 휴대폰산업과 교환될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

뭐 저에게는 국민건강을 희생하여 대기업을 배불리는 꼴로 밖에 안보이는데, 건강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식품 안전성" 문제, 장기간 보관 및 운송을 위한 다량의 방부제 처리 가능성, 먹거리 가격의 불안정성과 그 의존도에 따른 경제 종속 가능성, 농지 감소로 인한 환경 파괴 등등... 고려할 문제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요즘은 국내 식품기업 상품 중에서도 국산재료를 사용한 것은 정말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고추장, 된장도 재료의 90% 이상이 외국산이죠.  적어도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려고 노력하거나 식단에서 가공식품이나 식품 첨가물들을 줄여 나가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화분이나 텃밭, 주말 농장 등을 이용해 손수 먹거리를 가꾸어 나간다면 더 좋겠죠.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해결책은 국가 정책이 농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고, FTA 같은 것이 무산되는 것이겠죠.

2007년 7월 5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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