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발행되는 이케아 (IKEA) 의 카탈로그는 25개 언어로 33개국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2006년의 경우에는 360 여쪽 카탈로그에 4천여 개의 제품을 싣고 있고, 2005년 카탈로그의 배포부수는 1억6천만 부 이상이라고 하는군요.



정확한 부수는 모르겠지만 역시 수억 부가 판매되었다고 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매년 1억부 이상을 무료배포하는 이케아 카탈로그의 물량도 어마어마한 것이네요.

미국에서는 아이키아, 중국에서는 이지아 라고 불리는 이케아는 33개국에 230개 이상의 대형 가구 매장를 가지고 있으며, 1999년 베이징에 중국 두번째 매장이 오픈했을 때는 매주 주말마다 3만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2004-2005 회계년도로 이케아 매출은 148억 유로 (약 18.5조 원) 라고 하며 이는 아디다스나 포르쉐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라고 하네요.

최근에 뤼디거 융블루트가 지은 <이케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IKEA 라는 이름은 창립자의 이름인 잉바르 캄프라드 (Ingvar Kamprad) 와 그가 자란 지역인 엘름타리드 아군나리드(Elmtaryd Agunnaryd) 의 약자를 딴 것이라고 하죠.

이제 80세가 된 잉바르 캄프라드는 2005년 집계로 세계 대부호 순위 6위로 추정되면서도 또한 가장 검소하고 인색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낡은 볼보 승용차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노인할인까지 요구한다는 이 억만장자는 전용 사무실도 없이 한 매장의 관리 사무실 안에 책상 하나 만을 두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이케아의 창립자의 일생을 어린 시절부터 따라가면서 "이케아의 역사 = 캄프라드의 일생"이기도 한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이케아의 소품이나 가구들이 소규모로 수입, 판매가 많이 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매장이 들어오진 않았고, 2006년에 도쿄에 문을 연 이케아의 다음 목표가 한국이라고 이 책에 쓰여 있기는 한데, 언제 문을 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구 구매가 결혼 혼수 장만 위주로 한정되어 버리고, 결혼 전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 데다가, 스스로 가구를 옮기거나 조립하는 문화도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케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의외의 성공을 거둘지 궁금하긴 하네요.

예전에 미국에서 이케아 매장을 접했을 때의 문화 충격은 상당히 컸습니다.
- 두세 시간 동안은 지루하지 않게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는 대규모의 전시장,
-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칼라풀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
- 게다가 너무나 바람직한 가격대와 정말로 다양한 디자인,
- 전시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지는 거대한 물품 창고와 스스로 물건을 옮기는 고객들...
특히 대학가 근처 매장에서는 학기가 시작되는 기간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던 다양한 침대, 책상, 의자, 소파 등등...


밝은 색의 나무로 연출하는 화려함과 젊고 신선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한편 저렴한 가격, 내구성, 사용 편의성 등의 실용성을 매우 중시하여 자유롭고 젊은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하여 고객층을 넓혀 나간 이케아의 성공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 그 당시(1950년대 중반) 에는 드물었던 통신판매와 가구 전시장의 조합
- 배송시 파손율을 줄이고 배송비를 절감하기 위해 조립식 가구 중심으로 전환
- 고객들이 직접 매장 창고선반에서 가구를 꺼내 직접 차에 싣고 가는 시스템으로 비용 절감
- 저렴한 가격으로 스웨덴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아이들의 놀이공간 마련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주적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사람들이 살 수 없을 만큼 비싼 것이라면 최고의 디자인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3천 마르크 짜리 책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설계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란 기능적이고 멋진 모습이면서도 단 200유로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책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 캄프라드의 말에 따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디자인, 기계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스칸디나비아 식 디자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태양과 빛을 많이 누릴 수 있는 남부 유럽과는 달리, 겨울이 길고 어두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집안에서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밝고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디자인,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삶의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죠.



이케아 매장에서 고객은 혼자 움직이고 혼자 결정하므로, 개인주의자에 가까운 현대인들에게 전문가나 상담원의 권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였으며, 구매를 강요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느긋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가구를 스스로 자동차에 싣고 와서 조립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조립한 가구를 볼 때마다 뿌듯한 느낌을 갖게 되구요. 어떤 고객은 이케아를 성인을 위한 레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네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니라 주체적인 소비를 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새로운 세대와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케아에게 칭찬과 환호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가격 절감을 최우선을 하다 보니, 품질이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고품질의 가구를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은 고객층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물건들일 수 있습니다.

주로 적은 예산으로 집을 꾸며야 하는 대학생들이나 젊은 층에게 적당한 물건입니다만 검소하고 소박한 것을 즐기는 일부 사람들은 세대에 상관없이 선호하는 경우도 있구요.

그 외에도, 싼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 방식, 즉 세계화를 기반으로 하여 국제적인 임금 격차를 이용해 이윤을 올린다는 비난이나 제 3세계의 아동 노동, 대량의 목재 사용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불거지는 문제들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대처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다른 다국적 기업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저 역시 집안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이케아 물건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편이구요.

이러한 성공 신화를 이끈 창립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음에 계속하기로 하겠습니다.


2007년 6월 26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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