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인쇄물 - IKEA 카탈로그 에 이어서...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의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의 느낌으로 아는 것들 이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이케아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소비패턴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쇼핑을 나설때 우린 보통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절대 빠뜨리면 안되는지 기억하려 애쓴다. 그런데 이케아에 갈 때는 완전히 반대다. 무엇이 정말 더는 필요없는지, 무엇을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또다시 사서는 안되는지 거듭거듭 머릿속에 새겨야만 한다.

한 젊은 커플이 이케아 주차장에서 엄숙하게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깊이 응시하며 한 목소리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이케아로 들어간다. 우리는 침대소파를 살 것이다. 오.로.지. 침대소파만을 살 것이다.... 우리집에는 포장도 안 뜯은 이케아 물건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결단코 잊지 않는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아자!"

몇 시간 뒤 나는, 쇼핑카트 두개에 가득 물건들을 사고서 주차장 차 앞에서 훌쩍이고 있는 그 커플을 발견했다.


값싸고 예쁜 물건이 많은 매장을 둘러보게 되면 용도에 상관없이 충동구매를 하고 싶은 욕구가 당연히 생기겠죠. 위 커플의 경우는 지름신의 장난도 좀 작용한 것도 같고...



사회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웨덴의 정치환경이 이케아처럼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절감의 이득을 가능하게 한 면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이케아는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느낌의 단조로운 가구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면서 경제적인 미학을 가진 가구를 탄생시켰습니다. 아이들 방 꾸미기에 좋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다양한 제품들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기까지 하구요.


이케아는 경영 면에서도 기업의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많은 유동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계열사 간 상호 보증을 절대 금지하는 등등 철저한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 내에서 수평적인 계급구조와 평등의 문화를 실현하였다고 합니다. 임원진의 경우, 지정 주차장도 없고, 출장 갈 때에도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해야 한다고...

이렇게 민주적이라 할만한 기업을 이룬 캄프라드이지만, 어린 시절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나치즘에 동조했던 과거 이력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고, 기업가에게 최대 85퍼센트까지 세율을 부과하는, 그리고 65퍼센트라는 엄청난 비율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스웨덴을 떠나 이웃나라로 이주하는 등의 합법적 편법으로 상당한 금액의 절세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몇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구두쇠 아저씨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이케아의 미래를 위해 그가  취한 다음과 같은 조치에서였습니다.
- 자기 아들들이 언젠가 이케아를 조각조각 찢어 나눠 갖거나 팔아치우는 일을 막기 위해 재단으로 설립하여 재산을 재단으로 옮김.

- 그 재단이사회에는 캄프라드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명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여 그의 사후에 세 아들이 재단을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시킴.

- 매장 운영권, 브랜드 권리, 사업권 등을 따로 독립시키는 한편 서로 감시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어떤 사람도 이케아 제국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듬.

기업을 자신 또는 일가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기업인들과 비교할 때, 캄프라드에게 있어 이케아는 단순한 기업, 혹은 소유물이 아니라 신성한 대상 에 가깝습니다.

검소한 자신의 생활 신조를 기업 철학에까지 연장시키고, 많은 사람에게 값싸고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소개한 그의 경영 능력도 훌륭하지만, 자신이 세운 기업의 미래를 자손의 미래보다 우선시하는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케아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이 오늘날의 이케아를 있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2007년 6월 2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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