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9일 어제 9시 뉴스를 우연히 보다가 단신으로 처리된 짤막한 뉴스가 귀에 들어왔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62년 부일장학회 재산헌납은 국가권력의 강압에 의한 것이므로 국가가 헌납 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거나 손해를 배상하라 ...


권고했다는 것...


그렇다면, 1962년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45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 보자.


1961년 5월16일 군사반란 이전, 박정희는 부산 군수기지 사령관을 지냈는데, 당시 대구사범학교 동기동창이었던 황용주가 <부산일보> 주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등을 소유한 사람은 재력가 김지태.. 당시 황용주는 박정희에게 언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정권을 유지하려면 언론을 장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박정희가 언론사를 원했다는 거...

박 정희는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에게 김지태의 비리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표적수사 대상이 되버린 김지태... 김지태는 일단락된 사소한 예전 혐의로 다시 구속이 되고, 집요한 괴롭힘을 당한 후, 1962년 5월25일 결국 재산포기각서를 쓰고, 설립예정(?)인 5.16 장학회에 헌납승낙을 한다.

헌 납재산 중 언론사 3곳의 주식만으로 5.16 장학회가 설립되며, 박정희 사후 정수장학회가 되고 박정희 유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즉, 부일장학회를 강탈하여 5.16 장학회 설립하고, 정수장학회로 명칭 변경. 5.16 장학회 소유가 된 <부산일보>,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 황용주는 <부산일보>사장이 되고, 한국문화방송 사장도 된다. 그리고 이 3사에는 대구사범학교 출신들이 대거 임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무렵 ... 박정희는 <경향신문>을 돈주고 인수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는데, 강탈하지 않고 돈주고 사려 한것은 그때 천주교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시 이병철도 <경향신문> 인수를 원했지만 실패 후, <중앙일보>를 창간. 비상한 수완의 사업가 이준구가 인수를 했고, 비판적 기사를 쓰도록 적극 후원했다고 한다. 박정희는 비판논조의 정론지가 되어가는 <경향신문>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박정희는 다시 중앙정보부를 통해 온갖 악랄한 수법을 다 동원하기 시작했다. 1965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이준구를 구속하고, 거래은행에 압력을 넣어 <경향신문>의 대출금을 회수하게 한다.

< 경향신문>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결국 사상 초유로 경매에 부쳐지는데, 이때 이준구의 부인 홍연수가 입찰하려했으나, 중앙정보부는 방해공작을 편다. <경향신문>은 1966년 이 경매에 단독 입찰한 기아산업 사장 김철호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홍연수는 주식을 넘기지 않고 버텼다. 중앙정보부는 이준구를 죽이겠다고 홍연수를 협박했고, 홍연수는 이 내용을 고스란히 녹음해서 국회에서 폭로를 하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1966년 결국 이준구부부는 <경향신문>을 포기하고, 이준구는 풀려난다. <경향신문>이 공식적으로 5.16장학회 소유가 된것은 1974년이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문화방송 주식 30% 와 부산일보 주식 100% 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권고로 인해서 앞으로 지분 소유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궁금하군요... 김지태는 현재 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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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역사학자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대한민국史 4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史 는 2003년 2월 1권 출간 이후 2006년 12월에 4권이 출간되어 현재는 총4권 세트... (숲을 보면 역사는 그냥 하나의 사건으로만 보이지만 나무를 보면 역사는 모두 기가막힌 사연의 모음집이더라...)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좋은 점 같다.

중고딩 때 배운 국사와 세계사가 엉터리였음을 알게 된 후로는 평소 역사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역사적 사건 및 그 배경과 현재진행史란 결국 과거史가 만들어 준 길을 따라 가게 되어 있다는 나름의 깨달음...) 과거史를 바라보는 시각과 현재史를 판단하는 가치관 재정립을 위한 시간투자도 아깝지 않고...


4권은 박정희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으며, "그는 언론이 탐나서 몸부림쳤다" 라는 소제목으로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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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박정희가 지금 언론을 탐냈다면, 아마 거대 포털들에 눈독을 들였을 수도 있을 것 같고 ...

정수장학회가 생겨난 배경은 결국 언론권력 욕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은 포털들이 상당부분 거머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언론이 가진 "Fact 를 포장할 수 있다" 라는 특권인 것 같다. 사실 언론의 매력이자 맹점이기도 하지만 ... 여기서 포장이란 바라보는 시각, 사관(史觀), 관점이나 논조 등을 말함 ...

박정희가 원했던 것은 결국 자신이 한 짓과 관련 주변상황을 언론이라는 포장지로 잘 포장해서 사람들이 그 안을 볼 수 없게끔 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잘 포장된 역사관 속에 겹겹이 숨겨 꺼낼 수 없게 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뜻대로 되나? 언론의 진짜 매력은 포장을 벗기는 데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 진짜 매력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2007년 5월 3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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