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思想)의 역사를 알지 못한 채 사실(史實)들로만 구성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전후 관계와 인과 관계를 혼동하는 우려를 범하기 쉽도록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연속되는 것과 인과 관계를 어느 정도 동의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사건의 연속으로 역사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희망의 인문학 중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에서 소개했던 컬럼버스 이야기는 미국 역사학자 제임스 로웬의 <Lies My Teacher Told Me> 의 제2장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역사 왜곡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1장은 헬렌 켈러 (Helen Keller) 와 우드로 윌슨 (Woodrow Wilson) 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실은 헬렌 켈러가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입니다. 1880년에 태어나 1904년 대학을 졸업하여 1909년 사회당원이 되고 1968년 세상을 떠났죠. 그러나, 대학졸업 후부터 사회주의자로써 그녀의 64년간 삶은 미국의 역사책에서는 사라집니다. 이 64년간의 값진 헬렌 켈러의 사상(思想)은 제거하고, 신체장애 극복 사실(史實) 만  남아 그녀는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미국 역사의 영웅이 되고 맙니다.

그녀를 슬프게 했던 것은 맹인이 전 인구층에게 골고루 산재된 것이 아니라 하층계급에 모여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난과 사회계급제도가 인간이 장님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다는 사실 말이죠... 100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네요...

29세에 사회당원이 되자 그녀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동안의 언론의 헬렌 켈러 예찬은 거센 비난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헬렌 켈러는 소리없는 자의 목소리가 되어, 볼수 없는자의 눈이 되어 정말 열심히 여성 참정권의 선봉에 섰고, 장애인을 위한 재단기금 모집에 생을 바쳤습니다. 이것이 미국 역사교과서에서 삭제된 헬렌 켈러의 64년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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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 획득은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시대(1913~1921)라고 하죠. 그러나 우드로 윌슨은 여성참정권 주장자들을 체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헬렌 켈러 등의 사회운동가와 대중의 거센 압력에 못이겨 투표권을 내준 것이죠.

식민지국가의 독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민족자결주의를 1918년 제창하고, 1919년 1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한 파리강화회의에서 국제연맹 설립의 공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윌슨 대통령... 이것이 그에 관해 남아있는 사실(史實)입니다. 그의 삭제된 사상(思想)은 무엇일까요?

윌슨 시대에 윌슨은 멕시코,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파나마, 니카라과 등의 남미와 심지어 러시아까지 침공했고, 거의 그 모든 나라에 독재라는 유산을 남기고 말죠. 러시아 역사책은 미국의 침공은 유혈시민전쟁으로 이어져,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고 사회는 분열되어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기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20세기의 첫 20년동안 남미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든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반(反)공산주의라는 망령에 사로잡힌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재임기간 중, 단 한번도 식민주의, 인종차별주의, 반(反)공산주의 원칙을 버린 적이 없죠. 국제연맹의 인종평등조항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지독한 백인 최상주의자였고, 각료회의에서조차 '검둥이'이라는 표현을 쓰던 인물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을 줄이려고 했고, 전통적으로 흑인의 관리직이었던 자리마저도 백인에게 주었다고 ...

데이비드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는 KKK (Ku Klux Klan) 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윌슨의 친구이자 인종차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Thomas Dixon 의 소설이 원작이었던 이 영화를 윌슨은 극찬하게 되죠. 백악관의 이러한 공식적 인종차별주의는 KKK단의 재결성을 자극하게 되며, KKK단 결성은 국가적 현상이 되고, 반(反)흑인정서가 온 나라를 휩쓸게 됩니다.

윌슨은 또한 미국시민의 자유를 심하게 억압했던 스파이조직법과 폭동진압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공산주의자와 노동조합 옹호주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 ... 이 시기는 미국이 경찰국가나 다름없던 시절이죠.

미국을 공포로 몰고갔던 윌슨 대통령과 공화당 ... 1920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홍보도 안했던 민주당 워렌 하딩에게 압도적 참패를 당합니다. 참고로 워렌 하딩은 "능력"보다는 "외모"로 인해 대통령에 뽑힌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첫인상만으로 (특히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Warren Harding Err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Malcolm Gladwell 의 Blink 참조) 현 서울시장도 비슷한 경우 아닌가 싶은데 ...

이것이 미국 역사교과서에서 삭제되어 미국의 영웅이 된 윌슨의 사상(思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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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이 탄압했던 노조연합이었던 세계산업노동조합원의 일원 중 한명이 헬렌 켈러였습니다. 윌슨은 헬렌 켈러를 탄압했으며, 헬렌 켈러는 윌슨을 비난했지요.

미국의 역사는 바로 이 대치되는 인물의 사실을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두 인물을 모두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상(思想)을 잃어버린 미국의 역사는 불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중고딩 시절 배운 3.1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 우리가 배운 역사도 결국 생각이 결여되어 왜곡된 불구의 역사일 뿐이었던 것이구요.

2007년 5월 11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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