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크 (Mark Lynas) 가 3년동안 다섯 대륙을 다니면서 목격하고 체험한 지구 온난화의 현장기록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원제 : High Tide - News From A Warming World : 2004) 을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
석유산업으로 파괴되어가는 알래스카,
점점 더 홍수피해가 심해져가는 영국,
붉은 사막으로 변해가는 중국 서부,
미국을 본격적으로 강타하기 시작한 폭풍,
녹아가고 있는 페루 안데스 산맥의 빙하, 그리고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 같은 깡패스타일의 협상과정까지
(이 부분이 가장 화나더군요)
...

요즘에 경제와 환경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떠오른, 혼란스런 질문 중 하나는, "환경적 측면에서 지구에 재앙에 가까운 악영향을 끼칠 것이 뻔해 보이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제지할 권리가 과연 다른 나라들에게 있는가?"
입니다.

다시 말하면, 산업화의 후발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오염을 급속도로 악화시킬 경우에 (중국의 경우, 석유보다도 대기 오염이 심한 석탄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미 수세기에 걸쳐 지구의 환경을 대규모로 황폐화시키면서 잘살게 된 장본인들로서 선진국들은 그것을 제지할 권리가 있는가?

경제성장 또는 에너지 소비가 미덕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문명과 과학의 편의와 사치를 누릴 대로 누렸고 여전히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뒤늦게 시작해서 똑같이 그렇게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제와서 "환경 오염이 심하니 이제 더 이상은 개발하지 마시오." 라고 한다는 건 뭐랄까, 뻔뻔하다거나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뒤늦게나마 환경 관련해 규제를 만들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등의 약속을 담고있는 교토 의정서 (Kyoto Protocol) 에 의하면, Annex I 그룹에 속하는 국가들(소위 선진국에 해당하는 38개국)에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 국가별로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5% 낮추는 걸 요구하지만 Non-Annex I 그룹 (개발도상국, 중국과 인도 포함) 은 배출량을 규제받지 않고 있네요.

5%가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EU 국가를 예로 들어 볼때, 1990년 기준으로 5% 감소라면, 규제를 하지 않았을 때의 2008년 배출 예상량에서는 15% 정도 낮아져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이 면제되었는데, 우리가 왜 배출량을 제한받아야 하냐" 면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미국의 "부시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아래 그래프를 보면, 정말 "이런 부시같은 경우가 있나" 싶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인구규모는 전 세계 인구의 1/20 도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위 그래프에서 녹색 선에 해당되고, 교토 의정서에서 배출량을 규제받지 않는 그룹에 속하기는 하지만, 부끄럽게도, 교토 의정서의 방해꾼들인 미국, 호주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AP6 (Asia-Pacific Partnership on Clean Development and Climate) 6개국 중에 끼어있군요.

교토 의정서를 피해가기 위해 허울로만 만들어 놓은 조약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AP6 에 속하는 창피한 여섯나라는 미국, 호주, 일본, 중국, 인도, 한국 입니다.

교토 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됨으로써 (못 사는 나라의 배출권을 잘 사는 나라가 돈 주고 살 수 있는 조항) 새로운 종류의 금융 거래 및 투기가 우려되기도 하고, 일부에서 비난도 많이 받지만, (이미 전문 브로커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의도 자체를 볼 때, 의미있는 출발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

다만, 이미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과잉 소비와 그로 인한 공해를 자발적으로 줄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내 소비생활 패턴을 생각해 보더라도 ...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환경오염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우리들과 가장 큰 가해자인 선진국들은 열심히 공해물질을 뿜어대고 있는 신진 개발국가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해도,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주민들은 온실 가스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에게 이제는 환경을 생각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영향력이 없을 거라는 건 알지만....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대양이  따뜻해지면서 비롯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터전인 아름다운 산호섬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닷물에 잠겨 가고 있는 상황에서 투발루의 주민들은 환경오염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무고한 피해자들이니까요...

투발루 사람들은 조만간 온 국민이 뉴질랜드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제한적으로요... 호주는 이주민 유입을 아예 거절했습니다. 투발루 (Tuvalu) 는 ".tv"라는 국가 도메인명으로 잠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작고 평범한 나라입니다. 몇년 뒤면 바다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될 투발루 푸나푸티 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군요. .tv 는 전세계가 뭐 이미 마음대로 가져다 쓴지 오래죠 ... 사라질 걸 알고 그랬나?



최전선에서 피해를 입기 시작한 건 투발루 사람들이지만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줄일 수 없다면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일상화가 되어버린 기상이변 ... 홍수, 가뭄, 태풍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 심해지는 황사까지...

해수면 상승을 잠깐 살펴본다면, Greenland 의 만년설이 가둬두고 있는 물의 양은 전세계 해수면을 7미터나 높일 수 있는 양이라고 하고, 지난 30년동안 빙하가 얇아지는 속도는 40퍼센트가 빨라졌으며, 위성데이터에 따르면 남한 면적의 1/3 가량에 달하는 빙하가 매년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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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억5천만년 전 어느날,  오늘날의 시베리아를 탄생시킨 엄청난 화산분출이 있었습니다. 수십억톤의 뜨거운 재와 가스가 대기로 분출되고, 어마어마한 폭풍이 몰아치고 산성비가 내렸죠. 구름이 걷히자 태양은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지구전역에 살던 동식물은 그 뜨거운 열기에 죽기 시작했고, 결국 생물의 95%가 멸종했습니다. 이것이 지구역사상 최대의 생물멸종사례인 페름기말기의 생물 대멸종 사건입니다.

2005년 1월 SCIENCE 지에 그 동안의 소행성충돌이 원인이라는 주장을 뒤엎고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 이라는 논문이 실리면서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구요... 그후 약 1억8천5백만년이 흘러 발생한 백악기말 공룡 멸종 사건의 경우는 소행성 또는 운석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이론이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운석충돌로 인해 대량의 먼지가 대기로 날아가 태양빛을 몇년간 차단해서 생긴...

시베리아 화산들은 땅속 이산화탄소들을 대기로 뿌려댔고, 이로 인한 기온상승은 다시 바다로 하여금 엉청난 양의 메탄트림을 유발시켜 급격한 온실효과를 촉발했던 것입니다. 살아남은 Lystrosaurus (리스트로사우루스) 라는 동물이 나중에 공룡의 조상이 되었다고 하죠.

이때의 지구온난화 수준을 연구한 지질학자들이 발표한 충격적인 내용은 지구의 온도가 6℃ 더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천년에 걸쳐서 ... 지금의 예측는? 100년 동안 6℃ 입니다.

지난 23일 영국 가디언에 Mark Lynas 의 새로운 책인 <Six Degrees: Our Future on a Hotter Planet>소개와 관련 기사인 Six Steps to Hell 이 올라왔습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현재 상태로 진행될 때  이번 세기말이 되면 지구의 기온이 6℃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과 1℃가 오를때마다 한단계씩 발생가능한 지구 변화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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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degrees may not sound like much, but it is enough to make every European summer as hot as 2003, when 30,000 people died from heatstroke. That means extreme summers will be much hotter still. As Middle East-style temperatures sweep across Europe, the death toll may reach into the hundreds of thousands. The Mediterranean area can expect six more weeks of heatwave conditions, with wildfire risk also growing. Water worries will be aggravated as the southern Med loses a fifth of its rainfall, and the tourism industry could collapse as people move north outside the zones of extreme h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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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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