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에 Borders 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물론 그 때 문을 닫은 게 아니라, 내가 전해들은 것이 그 시점이고, 아마도 훨씬 전에 문을 닫은 모양이다. (뉴스를 검색해 보니 작년 가을 쯤 최종 폐업에 이른 듯.)


Borders 는 미국에서 지낼 때 즐겨 찾았던 서점 겸 음반 가게였다. 나름 곳곳에 지점이 있는 큰 체인이었는데, 인터넷 서점과 eBook, 아마존 킨들의 공세 속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하다. 아무래도 음반 시장의 몰락도 한 몫을 했을 것 같고... 반스 앤 노블스도 미국에서 지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작은 동네 서점들을 잠식했던 대형 서점들도 이제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이나 음반을 주로 구입하지만, 가끔은 오프라인 서점에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둘러볼 수 있는 서점은 대형 서점이다. 직접 가서 책들을 보게 보면, 몰랐던 책이 눈에 띄기도 하고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는 시간은 언제나 흥미롭다. 하지만 사람이 적을 때는 괜찮은 편이지만 사람이 많은 휴일의 대형 서점 방문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사람들에 치여서 제대로 책을 구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더스를 좋아했던 이유도 너무 크지 않은 규모에 다양한 장르의 책과 음반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의 비현실적인 바램은 동네에 괜찮은 신간과 동화책들을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서점이 있는 것이지만, 그건 내가 어릴 때에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서점이다. 내가 보았던 서점은 주로 대형 서점이 아니면, 참고서를 주로 파는 별로 낭만적이지 않은 인테리어의 서점, 아니면 헌책들을 두서없이 파는 헌책방...


               고색창연한 파리의 서점. <비포 선셋>에도 나왔던 바로 그 서점.
               아직 못 봤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다고 한다.

외국에서 만났던 작은 동네 서점들이 부러웠던 이유는 그 낭만적인 인테리어와, 서점마다 개성이 담긴 책들의 디스플레이와 아기자기한 동화책 코너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국 여행을 할 기회가 있으면 서점에 꼭 들르는 편인데, 일본 동경의 서점에는 문화 예술 관련 책들이 참 다양하게 있어서 이것저것 영문 책들을 집어서 사왔던 기억도 난다.


위의 사진은 베이징에 있는 어린이 서점이라고 하는데 미래에 살아남는 서점은 대도시에 있는 저런 서점 몇 개 정도가 될런지도... 저런 하얀색 인테리어는 왠지 난 너무 깔끔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좀더 뒤죽박죽이고 어수선하고 낡은 느낌의 책방에 더 정이 간다. 아이들에게 책방은 매끈한 키즈 카페 같은 곳이 아니라 보물 창고나 다락방 같은 느낌이어야 할 것 같다. 아래 사진에 있는 책방처럼...


서점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그 서점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던 추억들이 아련해지면서 쓸쓸한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의 안 그래도 빈약했던 책방/서점 문화는 날이 갈수록 더 사라져 가고 삭막해져 가는 것 같다. 지금의 아기들이 자라났을때 대형 서점이 아닌 작은 동네 서점을 둘러보는 경험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니 대형 서점은 몇 개나 남아 있을까... 결국 지역 도서관에서나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다행인걸까... 점점 더 문화 환경이 빈곤해지고 열악해지는 것 같아서 보더스의 폐업 소식이 더욱더 슬프게 다가온다.


2012년 5월 2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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