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최고의 연주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나 아직까지 이들의 공연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후회스런 일" 이라고까지 난 말하고 싶을 정도. 굳이 영화 <Once> 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다. 차라리 영화는 스웰 시즌 음악의 부가 콘텐츠였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까지 든다.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와 코러스, 전반적으로 아이리쉬 톤을 물씬 풍긴 콤 맥 콘 아이오메어의 전자 바이올린은 스웰 시즌 사운드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음반에서 이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행복이다.


캣 스티븐스의 서정적인 목소리를 닮았지만 애잔함과 강한 표현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글렌 한사드의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은 폭풍과 고요를 넘나드는 열정의 사운드 그 자체다. 공연 중간에는 급기야 어쿠스틱 기타에 강한 디스토션을 걸고는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의 짧은 리프도 선보이면서 락커로서의 욕망도 수줍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 실제로 그는 어쿠스틱의 스트로크만의 강렬함으로도 시종일관 세종문화회관의 울림을 꽉 채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는 삼색 사운드. 현대적인 소박함, 아이리쉬스런 고풍스러움, 열정의 스트로크의 스틸 사운드의 조화가 프론트에서 그리고 그 여백을 드럼과 베이스와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백업을 하며 채워 나가는 식이다. 글렌의 강렬함과 마르게타의 누군가의 애환과 외로움이 섞인 듯한 부드러움과의 조화는 이미 영화를 통해서 확인했을 터.


The Frames 의 음악을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어쿠스틱 기타 리드의 아이리쉬 풍 연주를 하는 밴드였다면 관심의 영역에 포함을 시킬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예전에 Kila 라는 어쿠스틱 리드의 아이리쉬 전통+현대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의 음악을 한참 좋아한 적이 있는데 언뜻 Kila 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스웰 시즌의 음악도 약간은 그 연장 선상에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번 스웰 시즌의 공연을 이토록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밴드가 기교나 잔재주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 간의 교감과 함께 즐기는 기본에 충실한 음악 연주를 통해 비교적 소박하지만 강한 몇 개의 사운드만 가지고도 자신들의 열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는 듯 하다. 깊이는 '기본에 충실함'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새삼...

그러나 역시나 흠도 있어서 이 최고의 연주와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용은 아닌 듯 하다. (세종문화회관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강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운드였다라는 말임.) 모든 악기가 합주를 하는 부분에서는 어디 세종문화회관 뚜껑이 좀 터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사운드는 잡히지 않았다.

글렌이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마이크없이 육성으로,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20년이 넘었다는 깨어져 버린 타카미네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지 않고, <Say it to Me Now> 를 연주하고 부를 때 오히려 앰프 장비의 도움없는 쌩 라우드니스로도 그 세종문화회관 홀, 적어도 1층이 채워지는 것이 놀랍다. 이게 되는구나...

영화 <원스> 를 지금까지는 음악을 꿈꾸는 아일랜드 청년과 체코에서 노동자로 넘어 온 미지의 여인과의 로맨스 음악영화로만 보아 왔다면 아마도 한번 더 보아도 좋을 듯. 마르게타의 노래를 통해서 전달되는 동구권 경제 몰락으로 인한 그들의 애환이 전해질지도 모르니까.

ps.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쏟아져 나갔고, 통제되던 촬영은 고삐가 풀려 버려 사방에서 플래시를 터졌다. 역시 떼거지로 행동하면 통제못한다니까... 뭉치면 산다.

2009년 1월 1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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