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 경기는 왜 순환하나


시사IN 2009년 신년강좌 2월 16일 : 김수행에게 정태인이 '자본의 미래'를 묻다.


"세계 공황의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의 갈 길은 어디인가"



<경기는 왜 순환하나>라는 글에서 경기순환은 '수요>공급' 과 '공급>수요' 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며 '공급>수요' 의 결과인 경기침체 상태에서 경기가 회복을 못하고 그냥 주저 앉아 버리는 상황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요 글을 먼저 읽으면 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

기업이 이윤을 내는 방법 딱 두가지, 많이 팔거나 적게 쓰거나.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 전자를 실현하고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 후자를 실현시킨다. 기업은 효율성이 증가했다고 좋아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걸까?

이 두가지 방법은 실은 서로 꽝 충돌한다. 만약 모든 기업들이 이런 방법으로 생산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면 세상은 물건은 넘쳐나는데 아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안팔리면 기업은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다. 기업이 도산하고 은행이 파산하고 경제가 무너진다. 이것이 공황이다.

많이 팔아서 돈을 벌고 싶으면 살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면 살 사람은 어떻게 만드나. 광고, 마케팅? 돈 없는 사람 엿먹이는거다. 사람들 손에 돈을 쥐어 줘야지...

마케팅에 쏟아 붓는 비용을 정규직 창출로 전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인건비는 팍 줄이고는 대신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는 거, 고양이가 지 꼬리 물려고 뱅뱅 도는 상황과 같아 보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기업은 멍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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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를 맞았다. 도대체 왜? 이유는 바로 이 많이 팔기 와 적게 쓰기 의 충돌이다. 1980년 신자유주의의 아이콘 로날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가 미국과 영국에서 집권을 했다. 이들은 깡패였다.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고, 해체운동까지 벌이고, 노조를 짓밟으며 노동자 권리를 억압했다. 서민들의 돈이 말라 버렸다. 시장이 죽었다.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시장이 죽었다. <빌리 엘리어트>를 한번 보시기를.

올림픽이 있던 1988년 후, 고성장에 저금리, 저원화가치, 저석유가, 그야말로 초호황이었다. 1990년대 기업들은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등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해외에서 돈을 왕창 빌려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드디어 1996년 말, 세계시장에 제품을 대거 내놓았다. 그런데 바로 위에 언급한 이유로 세계 시장은 좁아져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살 사람들을 없애고 있었던거다.

아뿔싸, 이런. 1997년 한보철강이 무너지고 기아가 망하더니 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은행이 파산했다. 외국은행들은 차관의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회수에 들어갔고 외환부족사태가 발생했다. 환율이 급등했다. 정부는 결국 IMF 로부터 500억달러를 꿨다. 단 조건이 있다. "시키는 대로 다한다"

IMF 는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기업들은 헐값이 되고 미국 투자자에게 팔려 나가고 작전 세력들이 한국 거덜내자 달라 붙었다. IMF 는 기업들로 하여금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다. 노동자들 비정규직 만들고 맘대로 짤라라 이거다.

우리나라 최초의 맑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의 강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자본가는 기술혁신과 임금하락으로 이윤을 증대시키고자 하지만 결과는 생산증가와 구매력 감소가 충돌하고 공황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IMF 도 과잉투자와 시장축소 충돌의 결과였다. 공황 중인 미국도 오바마의 부실 은행과 기업에 혈세 퍼주기도 한계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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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IMF 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세계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경기순환 곡선의 호황에서 침체로 추락할 때 위기 관리 능력이 없었다. 안타까운 것은 현정부가 이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놈들은 이 경제 문제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조중동과 삼성 뒷구녕 닦아주려고 그들은 여전히 나홀로 날치기 중이다. 제정신이 아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더니 지금 생선 발라먹느라 정신이 없다.

김수행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급이 넘쳐나 물건이 안팔리니 기업들은 대출 상환을 못하고 은행은 돈을 회수하지 못하여 기업은 도산하고 은행은 파산하고 그래서 경제가 무너지는 이 공황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다. 자본주의는 공황을 없앨 수가 없다. 계속 터진다. 모든 것을 낭비로 몰아가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제도다...

1825년부터 10년마다 공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경기순환의 침체 주기가 10년이라는 말이다. 1945년 이후는 정부의 금융과 재정정책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에 돈을 퍼부어서 드물게 나타난 것일 뿐. 미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돈을 퍼부어 왔지만 살지 않고 앞으로도 더 퍼붓는다고 한다. 혈세로 은행과 도산의 위기 기업들들 살려주려고 하는데 정작 이놈들은 꿀꺽하고는 입 닦는다. 돈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단다. 지금 그러고 있다.

대안? 물론 대안도 있다. 다른게 아니다. 살 사람을 만드는 것인데 광고 열라 때리는 거 말고, 돈을 쥐어 주자는 거다. 그 방법은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이를 통한 내수 증진. 그리고 금융기관은 국민의 것으로. 교육과 의료는 무료로 돌리고, 실업수당 늘리고 주택 걱정 안하게 만들고. 당연히 증세정책이 필요하다. MB 정부 정책과는 완전 정반대다. 미국은 시티은행, BoA 국유화한다는데...

개인이 주식하고 투기해서 부자가 되는 해법으로 국민들이 잘 살게 하는 문제를 푼다? 국민 여러분 모두 주식하세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나? 주식은 기본적으로 남의 꺼 뺏는 건데. 어떻게 이런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지 참 그 뇌 구조가 궁금할 따름이다.


2009년 2월 26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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