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A 는 B> 라는 블로그 하나를 썼다. 100 명이 보았다. 그런데, 누가 이 블로그를 퍼가서 <A 는 B+C>라고 썼다. 그리고 새로운 100명이 보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또 퍼가서 <A 는 B+C+D>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100명이 보았다. 이 300명이 모여서 그 블로그에 관해 토론을 벌인다면???

만약에 원래는 <A 는 B+C+D>가 진짜였는데, C,D 를 버리고 <A 는 B>라고 한 것이었다면? 불편한 진실은, <B+C+D 인 A>와 <B 인 A>는 전혀 반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만약에 B는 대중성, C는 사상과 메세지, D는 예술적 가치였다면???

영화 편집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극장판, 감독판, 스페셜판, 확장판... 약간의 줄거리 수정 정도가 아니라, 해피엔딩의 극장판이 비극의 감독판으로 출시되고, 비극의 감독판 또는 극장판에 별 이상한 영상들이 추가되어 판매용 확장판으로 또 출시되고...

같은 영화이지만 나라마다 다 다른 영화들... 감독판은 4시간인데, 극장판은 2시간... 미국개봉판은 노스탤지어에 관한 것인데, 유럽개봉판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관한 것... 깐느 수상작은 3시간짜리 비극인데, 국내 개봉작은 2시간짜리 희극으로 둔갑하고... 그러면서 여전히 깐느 수상작이라고 마케팅하고 거짓말하고... 진짜 감독판은 연대기순인데, 극장판과 출시판은 몽땅 시간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내용이 뭔지 몰라... 그리고 이게 걸작이라 불리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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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개봉, 그리고 89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개봉 후, 그 해 깐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수상하고 나서,

1990년 2월 미국에서 개봉, 역시 그 해의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까지 받은 다음,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개봉되어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눈물 흘리게 하고, 그 음악은 영화음악의 대명사로써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음악이 된 영화가 한편 있다. 나도 그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흘리며 가슴 찡함을 느꼈었는데...

그리고 3년이 지난 1993년에 이 영화는 재개봉을 했는데, 이때의 재개봉판 상영시간은 174분. 3년전 개봉판이 2시간정도였으니 50여분이 늘어난거다. 그리고 재개봉 제목도 한글자가 늘어 났는데, 新, 즉, New 또는 Nuovo 가 추가되어, 그러니까 이름하여 <Nouvo Cinema Paradiso>, <新시네마천국>이다. 그러나 정확히 따지자면, 원래 3시간짜리가 편집되서 2시간이 된 것이었으니까, 93년에는 원래 버전을 개봉한 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만약에 90년에 시네마 천국을 안봤던 사람들이 그 명성을 듣고 93년에 본 경우, 그리고 90년에 봤으니까 다시 볼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해서 안 본 경우, 무슨 소리, 새로운 감독판이니 영화팬이라면 당연히 봐야지 하고 둘 다 본 경우...

일단, 가장 불행한 경우는 둘 다 본 경우인데, 이게 아주 골때린다. 적어도 내 경우는... 늘어난 50분의 내용은 뭐길래? 2시간 짜리에 없는 것은 뭐고 3시간 짜리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데, 그러나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판(Edition) 의 미로>를 헤매이게 하는 그 첫번째 사례로 썩 괜찮다고 생각된다.

90년에 개봉한 2시간짜리 편집판을 보자.


시네마 파라디소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신부님은 검열하고, 알프레도 할아버지는 키스씬을 가위질하고, 토토는 그 필름조각들을 달라고 때쓰고, 키스씬없는 루치노 비스콘티의 <흔들리는 대지>를 보고 사람들이 불평하면 토토는 깔깔대고 웃는다.

고 향을 떠나 돌아오지 마라는 알프레도와 떠나기 전 약속하고 오지 않는 첫사랑 엘레나를 뒤로 하고, 청년 토토는 고향을 떠나서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되어 결혼도 안하고 바쁘게 살다가, 알프레도의 부음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30년이 지나서야 고향에 돌아온다.

어머니와 동생과 마을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추억에 젖고, 그리고, 다시 로마로 돌아와 알프레도가 남긴 그 키스씬 조각 편집 필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우리는 감동에 빠진다.


이 버전은 영화에 대한 알프레도 아저씨와의 추억과 향수, 그리고 그 마지막 선물이 주요 장면들이고, 토토의 첫사랑은 청년시절 한때의 로맨스로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시네마천국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그것은 아마도,  토토가 영화에 빠져 유년 및 청소년 시절을 함께 했던 그 알프레도 할아버지에 대한 향수와 그가 죽기 전에 토토에게 남긴 선물, 그 유명한 키스씬 편집모음 필름일거다.

그런데, 93년 개봉한 3시간짜리 감독판에 다시 살아난 바닷가 장면을 보자. 토토가 3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첫사랑이었던 엘레나를 바닷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자동차 안에서 엘레나는 토토에게 거의 이 영화의 반전급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를 보려는 분 또는 예전의 감동을 깨기 싫은 분은 절대 아래 대화를 열어 읽지 마시오.)



이 단 몇분의 신파조 대화는 <시네마 천국>의 감동을 그야말로 거품처럼 사라지게 하고, 온갖 억측과 합리화를 하게 하는데....

삭제되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와 토토의 첫사랑인 엘레나의 연결 고리를 복원해 놓으면, 알프레도 할아버지와 영화에 대한 향수와 감동은 사라지고,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마저 좌절과 배신으로 얼룩지게 되며, 마지막의 그 키스씬 모음이라는 그 감동의 선물마저도 이제는 이걸 감동스러운 장면이라고 할수 있을지 정말 의심스럽게 된다.

그러니까, 원래의 알프레도 아저씨는 영화와 고향에 대한 향수로써의, 그러면서 동시에, 토토의 첫사랑을 빼앗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던 것인데, 대중성과 상업성의 기준으로 검열하여 후자의 모습을 가위질해버린 버전에 나는 감동했다???

물론, 감독판보다 극장판이 더 뛰어날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평소 감독주의를 주장하다가 이 순간만 가위질이 정당하다라며 자기합리화, 자기배신하는, 그런 나의 모습에 스스로 화가 버럭 나고, 왜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지 영화가 싫어지기까지 한다.

첫사랑에 대한 인연의 끈을 잘라 버린 것이 영화감독으로써의 성공을 말해준다고 해도 억지인 것 같고, 어떻게 해도 알프레도 아저씨는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도대체 왜??? 고향에 대한 추억은 날아가 버리고, 토토의 그 잃어버린 사랑의 30년을 그의 영화가 보상할까? 그러니까, 영화는 "봤지. 삶은 날아가고 영화란 이렇게 남는거야..." 하며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이 영화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이제 내가 느꼈던 그 감동에 자꾸 화가 나고 슬퍼진다. 토토가 마지막 그 키스씬을 보고 흘린 것은 추억이 아니라 어쩌면 회한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저따위 영화가 뭐길래" 하면서 바라보는 위대한 감독들의 영상들과 토토의 눈물... 오마쥬일까 아니면 토르나토레 감독 스스로의 회한이었을까 이건 알 길이 없지만... 이건 여러분들이 직접 다시 한번 보고 판단하시기를...

차라리 이 첫사랑 재회와 반전의 이야기가 없는 2시간짜리를 선택하겠다 라고 하고 싶어도, 가위질을 해댄 버전에 기댄다는 것은 가위질에 대한 맹렬한 비난을 일삼던 나를 배신하는 것이 되버리니... 생각해보면, 영화스토리의 시작도 검열과 가위질이었고, 감동은 그 조각을 부여잡고 우는 거였는데, 영화의 감동이란 삭제와 자기배신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깨우치게 하려는 거였나 싶기까지 하다. 유럽개봉판과 깐느영화제 수상판은 이 감독판 버전이라는데, 어쩌면 이런 의미에서 수상한 것일지도....

상업성과 대중성 먹고 사는 미디어가 사는 방법이 바로 이 검열과 가위질과 변형이고, 우리가 걸작이라고 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대부분의 영화 및 예술에서 이런 짓거리가 자행되었으며, 그리고 우리가 추억하는 감동은 대부분은 어쩌면 그 가위질의 산물, 그러니까, 상업성의 감동이지 영화의 감동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극장판과 감독판, 그러니까 <상업성과 대중성의 검열>과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 판 (Edition) 이라는 것이 이런거다. 그러니까, 가위질에 의한 사상과 감동의 단절... 예술에서 정치나 이데올로기를 가위질 해버리고 남은 상업적 찌꺼기에 감동 따위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2007년 11월 1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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