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READ BETWEEN THE LIES

<Shattered Glass (2003)>라는 영화가 있다. 지금 극장상영 중인 <Jumper>의 주인공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2002)> 다음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눈매가 딱 이 영화에 어울린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로 평가받았다. 영화는 1998년에 있었던 스테판 글래스라는 한 저널리스트에 관한 실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스테판 글래스는 글발 때문인지 어쨌는지 고딩시절부터 하퍼스 매거진, 롤링스톤 등에 기고해서 돈도 많이 벌고, 1914년에 창간하여 미국의 전통의 시사잡지로 자리잡은 New Republic 에 최연소 에디터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뉴 리퍼블릭에서도 그는 흥미로운 기사들을 만들어 내고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러다가... 그는 해커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한 온라인 잡지에서 이 기사가 허위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동료들의 신뢰를 등에 업고, 그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편집장에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항의까지 하며 자신을 변론한다. 그러나 그 기사는 결국 허위, 아니 아예 소설을 쓴 것임이 밝혀지고, 결국 그는 해고를 당한다. 영화의 내용이 대충 이렇다.

뉴 리퍼블릭은 1998년 6월에 독자 사과문을 통해 대대적인 글래스 기사의 검증 작업을 거쳐 그의 기사 41개 중 27개가 일부 또는 전체의 내용이 허위라고 발표했다. 그후 글래스는 다시 법대에 들어가 변호사가 되었고, 자신의 그런 경력을 소설로 쓰기도 했고, TV 토크쇼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DVD 에는 실제 글래스가 출연한 토크쇼와 인터뷰가 서플에 담겨 있다.

그의 기사가 허위임을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온라인 잡지였고, 이때가 온라인 잡지가 성장하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시기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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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로그에 무수한 스테판 글래스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는 생성되는 텍스트의 진실 검증 필터라는 것이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오픈 미디어의 속성이기도 하다. 진실도 존재하지만 페이크도 넘쳐난다. 블로그는 기능적인 가능성만 보면 대단하다. 그러나 그 속을 실제로 채우는 사람들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신뢰도에 있어서는 아직은 사상누각의 "沙(사)" 라는 거다.

나는 TV 며, 신문이며, 잡지며, 하여간 그 무엇이건 간에, 거기에 쓰여져 있는 텍스트를 절대로 100% 아니 50% 도 믿지 않는다. 진실도 있지만 거짓말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사도 돈버는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이며, 진실에 목매는 열혈기자도 있지만 협잡꾼도 넘치는 곳이다. 거기도 철통같은 진실 검증 보안시스템같은 건 없다. 어떤 이야기는 홍보물이며, 어떤 이야기는 쓰레기이기까지 하다. 진실은 좀처럼 거기에 쓰여져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뉴 리퍼블릭처럼 80년을 쌓아 온 신뢰의 탑도 어떤 글발 좋은 애송이 한명에게 당할 수 있다. 또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통해서 조지 레이코프는 이야기한다. 미 공화당이 미디어와 언론을 휘어잡기 위해서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규모 후원을 하는지 말이다... 한국은 더 가관이다. 한국의 방송과 신문이 하는 이야기를 믿는가?  "그때 그때 달라요" 식의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이미 땅바닥에 추락해 아예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다.

그런데, 어떻게 블로그를 믿으라는 거지? 기존언론이 쏟아내는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도 모를 이야기의 2차 유통시장을... 블로그에도 진실 필터는 달려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아주 마이너다.

방송과 신문이 거짓말을 하고 블로그는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난 소설을 쓰거나 말도 안되는 헛소리 하는 인기 블로그를 많이 봤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픈 미디어인 블로그는 속성상 원래 그렇다. 98명에게는 거짓말이지만 2명에게는 참말일 수 그런 것들이 여과장치 없이 마구마구 올라와 98명에게도 진실이 되버리는 경우도 많다. 오픈 플랫폼이라는 게 원래 그런거다. 다만 그것들을 견제하며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블로그도 함께 가야 한다는 거다. 물론 우리는 그것이 진실이야 라고 미리 알고 보는 것은 아니다.

기존 언론의 헛점과 거짓말을 파고 드는 오픈 미디어의 견제 기능은 항상 내재하는 FAKE 와의 치열한 싸움의 패배로 약해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실제로 그 싸움에서 이기고 예리한 날을 세우는 이들은 아주 일부다. 블로거들은 여기서 사기꾼을 겨냥한 날카로움이 저기서는 무고한 이를 찌르는 비수가 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한다. 가령, 경제로 보면 진실을 말하는 블로그는 역사로 보면 거짓말을 하는 블로그일수도 있는 것이고,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진실은 호러에서는 거짓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헛소리를 믿는 이들도 있고, 진실을 믿는 이들도 있다. 어떤 것을 믿을 지는 독자들이 정할 문제다. 다만, 만약에 나를 믿으라고 하는 블로거가 있다면 그의 글은 일단 읽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진실이 아닌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블로거들이여. 당신의 생각이 늘 옳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냥 "나의 생각은 뭐다" 이지를 공개하라는 것이지 남들에게 나를 따르라 하지 말라는 거다. 네가 스테판 글래스인지 아닌지 여기서 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내 말좀 믿어줘" 식의 글을 많이 쓴 터라, 이런 이야기하기가 좀 낯이 뜨겁긴 하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스테판 글래스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어야 한다.


2008년 2월 2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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