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위드 미 Untraceable (2008)> 라는 영화가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큰 관심은 없고 현재로써는 볼 생각도 없지만, 그 소재가 참 관심이 간다. 대강의 스토리 정도만 들은 것이라 정확하진 않은데, killwithme.com 이라는 살인 라이브 동영상 사이트에 얽힌 이야기다.

killwithme.com 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떤 살인장치에 갇힌 사람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과정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놈은 정작 사람을 잡아다가 그 장치에 가두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만을 한다. 실제 살인장치를 가동시키는 것은 그 사이트의 접속자들이다. 그러니까 "킬위드미닷컴이 뭐야?" 하고 어떤 사람이 접속하면 그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접속자 본인은 살인에 가담한 꼴이 되는 식이다. 즉, 위키식 리얼 웹 킬러 사이트라는 거다.

접속하는 사람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살인장치의 가동 속도가 증가한다. 화면에는 카운터가 달려 있어 현재 접속자수도 보여주고, 댓글도 남길 수 있게 했다. 개개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저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각자의 호기심에 접속한 것이지만, 접속자수 카운터는 몇백만에서 몇천만을 세고 있다. 만약 아무도 이 사이트에 접속을 하지 않는다면 살인 장치는 가동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알면서도, 접속자수는 계속 증가한다. 그리고 누가 죽였는 지는 Untraceabl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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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에 <식코>를 봤다. 이 작품은 건강보험의 민영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 한번 해보라는 마이클 무어식 다큐이다. 나는 의료 부문에서 사고를 좀더 넓혀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등의 사업까지도 그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켜 생각해 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한마디로 끔찍한 세상이다.

그 <식코>에 영국의 한 정치인이 출연해서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난 <킬 위드 미>를 그 민주주의에 연결지어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보자. 이렇게 시작한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킬 위드 미> 의 그 장치는 그 자체로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접속자들이다. 많이 붙으면 붙을수록 빨라지기까지 한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민주주의를 보자. 헌법은 장치일 뿐다. 그리고 그 장치 자체로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접속자들이다. 그러니까 국민이다. 붙으면 붙을수록 민주주의의 실현속도는 빨라진다. 투표라는 접속방식으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두번째 조항을 보자. 그러니까 민주주의를 헌법에 규정해 놓았다고 해서 그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접속을 하는 사람이 생겨야 민주주의가 가동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다.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민주주의 실현 속도는 빨라지며, 국민의 권력도 커진다. 국민의 권력이 작으면 정부의 권력이 크다는 것을 상기하자. 국민 모두가 달라 붙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민주주의는 제대로 실현되고 구현된다.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접속할 때만 그렇다라는 조항이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때는 <킬 위드 미>에서처럼 사람이 죽지는 않고, 그 저해요소들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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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8대 총선일이었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선관위가 선거 금융상품이나 경마처럼 일종의 내기상품을 만들면 엄청난 투표율을 기록할 거다라는 우스개소리를 했다. 선착순 천오백만명에게 1만원씩 주면 어떠냐 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야당은 참 아둔하다.

20대 투표율이 19% 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한민국 20대 81%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정말 슬프다. <식코>에 출연한 그 정치인은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한 국민이 투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20대는 88만원 세대를 넘어 절망의 세대이기까지 하다는 건가? 난 다시 이 절망의 훈육 최전선에 선 주류 미디어의 그 개념없는 꼴통스러움에 다시 개탄한다.

주류 미디어들이 20대들에게 다시 알려주어야 하는 것은 그 나라 대문에 민주국가라고 써 놓는다고, 그 나라가 민주국가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며, 민주주의와 헌법은 장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장치가 가동되도록 하는 열쇠는 여전히 국민이 쥐고 있으며, 향후 20년을 이끌어 갈 20대 너희가 쥐고 있는 것이니 정신 차리라는 이야기를 미디어들은 도대체 왜 안하는지... 특히 TV...

다시 말하지만 열쇠 돌려 민주주의라는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라는 장치는 가동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가동되지 않으면 지금 우리들 눈 앞에서 벌어지면서 우리를 분노케 하는 그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며, 그러면 세상의 1% 들, 좀더 넓게 잡아 10% 는 20대가 버린 희망을 빨아 먹으며, 절망을 찍 싸놓고는 그것을 다시 20대들에게 먹으라며 강요하는 세상에서 20대들은 계속 살아야 한다.

2008년 4월 1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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