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바닷가를 따라 쭈욱 늘어선 우뚝 솟은 주상복합 빌딩과 콘도와 아파트와, 그리고 호텔... 바다에서 땅을 보아도 이것들만 보이고 땅에서 바다를 보아도 이것들만 보인다. 마치 바다와 땅을 가르는 경계선같다. 빌어먹을...

게다가 바다와 땅을 가리고 있는 이 경계선物들의 소유주는 상당수가 서울 사람들이란다. 강남 빌딩들이 외국인의 것이 되고 있다는데, 해운대는 서울 부자들의 휴양지가 되고 있나 보다. 그러니 그렇게 바닷가의 미학도 없이 난개발로 개판을 치고 있지... 바닷가 회집가서 해삼 없냐고 하니까 없단다. 멍게만 3만원어치 시켰다. 대체 다들 왜 해삼이 없다는 거야? 시사IN 4호 보니까 지구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해서 해삼들이 다 위로 올라갔단다. 뭐야 이게...

그런데, 해삼도 떠난 이 마구잡이 난개발의 한 복판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영화제가 있는데, 주로 아시아 영화들, 그리고 예술 영화, 작가주의 영화... 그러니까 비상업영화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비상업영화, 즉 마이너의 축제인데, 이 축제에 뭔놈의 행사는 그렇게 거창하고 졸렬하던지... 거기서 꼴값떠는 대선후보나 몸매자랑이나 하려는 여배우들 또한 영화제를 거지같이 만드는 장본인들... 또한 그렇게 잘난 축제라더니 예산이 부족한가? 왜 빈폴이 영화와 행사마다 도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거지같은 영화제를 구원한 것은 오로지 그 영화들이었다. 거지같은 해운대와 거지같은 영화축제를 빛낸 것은 오로지 그 멋진 영화였다라는 이야기다.

2박 3일동안 일정상 다섯 편의 영화 밖에 볼 수 없었는데 , 미카 카우리스마키의 <Sonic Mirror>, 톰 콜린스의 <Kings>, 크리스토퍼 잘라의 <Our Father>, 다리우스 메흐르지의 <the Cow>, 그리고 켄 로치의 <It's a Free World>... 나머지도 보고 싶었으나 놓친 영화들, 아마 이제 볼수도 없을 영화들... 아 너무 너무 아쉽다.

이란의 메흐르지 감독의 1969년 영화 <the Cow>는 정말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걸작이었는데, 이런 영화는 두번 보기가 어렵다. 너무 두려워서 그리고 주인공의 너무 큰 절망의 눈빛 때문에.

반면, 몸과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치유하는 위대한 리듬에 대한 헌정 다큐멘터리, 미카 카우리스마키의 <Sonic Mirror>는 인간성에 대한 절망이 아닌 긍정의 에너지로 넘친 영화다. 마지막 자폐환자들과 함께 한 빌리 코브햄의 리듬은 이래서 음악에 미치는구나 할 정도...

톰 콜린스의 <Kings>는 Fucking English Dream 을, 그리고 크리스토퍼 잘라의 <Our Father> 는 Fucking American Dream 을 각각 외치면서, 돈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하며 비정해지고 파멸해 가는 인간들의 우울함이 넘치는 수준급의 영화들이다.

그리고 켄 로치의 <It's a Free World>는 해외이주 노동자 착취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약자가 약자의 살을 뜯어먹기 위해 인간에서 짐승으로 변해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싱글맘이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양산해 Fucking Free Market 에 팔아 넘기는 족속으로 변하는... 기업입장에서 왜 불법체류자와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선호하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사실 이것은 기업의 기본 펀더멘털 생리인데, 여러분들이여 환상을 깨라....

내가 본 5편의 영화는 정말이지 아름답지 못한, 현재의 거짓말이 넘치는 그리고 무시무시한 세상, 자유경쟁이라는 환상에 내몰린 백전백필패 가난한 자들의 슬픔과 비참함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음악 뿐일지 몰라 라는 영화들이었는데, 참 웃기지 않은가? 해운대는 서울부자들의 놀이터이고, 빈폴은 이런 곳에서 이런 영화를 후원하며, 그리고 거지같은 자유경쟁 지상주의자 이명박이 와서 이런 영화들 보여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게...


2007년 10월 12일 작성


Posted by bopbo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