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새 음반 <Working on a Dream> 은 교보에서 구입을 했었는데, 음반을 구입하면 "내가 좋아하는 싱어 송라이터" 어쩌구 샘플러를 함께 주는 이벤트의 상품이기도 했어. 그래,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면서 당연히 그 샘플러를 달라고 했더니, 뭔가 샘플러 하나를 주더라구.

그리고 교보를 한바퀴 빙빙 돌다가 다시 그곳에 갔는데 보니까  내가 받은 샘플러는 이벤트 샘플러가 아니었던거야. 음반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싱어 송라이터" 어쩌구 샘플러를 같이 집어들고 카운터에 가면 계산하면서 껍데기 벗겨 바로 주는 거였던 거지. 그러니까 그 점원은 내가 달라고 하니까 뭔지는 모르겠는데 옆에 있던 샘플러 하나를 그냥 준거야. 물론 원래 샘플러도 받았고.

집에 와서 그 샘플러를 들었어. 그냥 그랬는데 유독 Maria Mena 라는 싱어 송라이터의 <All This Time> 이라는 곡이 귀에 들어오네. 오, 얘는 좀 깔끔한데... 그래서 다음날 저녁 다시 교보를 가서 바로 구입을 했어. 마리아 메나의 <Cause & Effect> 라는 음반을 말이야. 유튜브에는 M/V 가 올라와 있긴 한데 퍼오기가 안되서 아래 스튜디오에서 부른 버전을 퍼왔어. 음반 버전이 더 나아.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싱어 송라이터 마리아 메나의 이 4번째 음반은 대단히 훌륭했어. 전곡이 다 괜찮아. 곡마다 색깔이 다 다르고 다양한 악기편성에, 개성있는 스타일에 이거 뭐 하나 흠을 못 잡겠네. ^_^; 비욕이 들리더니, 사라 맥라클란이 들렸다가, 시네이드 오코너가 들리고, 에라 인심 좀더 쓰니까 조니 미첼, 토리 에이모스도 들려. 락도 부르고, 포크도 부르고, 재즈도 부르고, 발라드도 부르고... 컨트리도 들리고... Kiss 의 곡도 리메이크해서 느낌 살리고... 오 얘 뭐니... 목소리도 좋고 사운드톤도 좋고 현악, 기타, 키보드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깊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

개인적으로는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음악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24살짜리 얘도 그 리스트에 넣어 주어야 할 것 같아. 나는 우리나라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싱어 송라이터 듣는 게 유행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교양 있어 보이기도 하고, 스타일 있어 보이기도 하고 홍대 예쁜 카페에서 가장 들려 줄만한 음악이 싱어 송라이터 말고 또 뭐가 있겠어... 원더걸스 소녀시대나 들으면서 유치하게 구는 철없는 남자애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말이야... 이런 거 들으라는 거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문화는 JYP 나 SM 이딴거 아니야. 싱어 송라이터의 시대를 만드는 거지. 단언하는데 싱어 송라이터가 먹고 살면 우리나라 음악 살아 나고 아이들도 좋아할거야. 그러니 문화의 최대 소비자이자 가치창출 세력인 20~30대 여성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싱어 송라이터 10인 리스트 정도는 꼽으면서 말이야 그들의 음악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 주라는 거야. 얼마나 멋있어 보여. 소녀시대에만 헤벨레 하는거 유치하고 아마추어 같고, 솔직히 말하면 좀 없어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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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음악들이 그 서정성이 사실 대단히 깊어. 비틀즈가 노르웨이의 숲에 가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노르웨이의 음악들은 대단히 인상깊지. 특히 노르웨이에는 뭐라고 읽어야 하나... Kirkelig Kulturverksted 라는 레이블이 있는데 노르웨이어를 쓰면서 팝, 재즈, 고전음악, 현대음악, 교회음악, 전통음악 등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크로스오버 음반들이 많이 나와. 그리고 얘네는 서정성의 '깊이'로 승부하는 거 같아.

독일에 ECM 이 있다면 노르웨이에는 Kirkelig Kulturverksted 가 있다고 해도 될거야. ECM 음악을 많이 녹음하는 레인보우 스튜디오가 노르웨이에 있기도 하고... Jan Garbaerk, Terje Rypdal, Ketil Bjornstad 같은 격정의 인상파 뮤지션 (난 그렇게 불러) 도 노르웨이 출신이고, 내한도 했던 Kings of Convergence 도 노르웨이 뮤지션이고. Sigvert Dagsland, Iver Klieve, Susanne Lundeng, Arild Andersen 같은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에서 Emperor, Gorgoroth 같은 블랙메탈까지 (유럽 북구, 메탈하면 또 두말하면 잔소리니까) 노르웨이 음악에는 뭔가가 있어.

예전에 블랙홀이라는 우리나라 메탈밴드를 좋아했는데 그들의 <깊은 밤의 서정곡> 이라는 노래가 있어. 이 말이 딱 노르웨이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고... 깜깜하고 고요한 밤 혼자 자동차 몰고 이 CD 들으면서 집에 오는 그 느낌... 캬... 그 맛에 사는거지.



05. I'm On Your Side




그리고 알겠지? 언제나 난 네 편이라구... 싱어 송라이터를 듣는 네 편. 작곡가 군단이 곡을 쓰면 거기에 적당히 인기 가수들을 붙여 팔아먹는, 그래서 그런지 다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그런 음악보다는 말이야, 소박하지만 개성있는 싱어 송라이터를 듣는 네 편이라는 거지.


2009년 3월 6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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