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삼성경제연구소에 15년 넘게 근무해 온 한 경제학 박사의 강의를 어떻게 듣게 되었다. 기껏해야 두시간짜리 강의에서 삼성맨이 보여 준 시각을 '이것이 삼성의 관점이다' 로 본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겠지만, 어쨌건 그 연구소가 미래를 전망해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나아 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곳이라는 점과 20년 동안 삼성맨이었다라는 점을 생각해서, 그 시각이 일단은 '삼성의 관점'과 비슷하다고 이해를 하고 몇가지 팁에 대한 정리의 차원에서 몇가지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 두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두서가 없고, 개인적인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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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초우량 기업은 없다고 했다. 기업의 성공이란 당시의 어떤 특정 조건에 부합한 결과이고, 그 조건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기업은 스스로 계속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렵다는 거다. 레이저로 대히트를 쳤음에도 모토롤라는 결국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뗄 것 같고, 도요타 자동차는 자기 강점을 계속 스스로 부정하며 진화하는 탓에 벤치마킹도 어렵단다. HP, NOKIA, APPLE 등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변신은 절대불문율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말대로 삼성은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 미국식 대기업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난 사실 글쎄올시다 하는 쪽인데, 삼성? 글쎄올시다. 부자간 세습을 위해 기업을 악용하는 부정과 부패가 온천하에 폭로되어도 별로 쪽팔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뭐 문제 있나?" 하는 CEO 를 천황 모시듯 하는 기업에게 도대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강의 내용대로라면 미국에서 삼성같은 기업이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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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이 없는 곳에 명품이 있다." 라는 말을 했다.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보면 아날로그적인 부분에 그 가치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PAVV 의 명품화 전략은 TV 껍데기에 대한 집중 투자였다" 라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모방이 어렵고 혁신 사이클이 느린 아날로그적 특성이 돈을 더 많이 번다라고 본다는 거다.

영상정보 수요의 급증이 TV, FTTH, 반도체, PC 및 각종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산업 규모의 거대화에 기여를 하긴 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이 사업 분야들의 기술 혁신이 마진을 남기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업 관점과 기술 관점은 다르다" 로써, 첨단이 반드시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DVDP 보다 VCR 이 더 많이 남겼다고 한다.

DVDP 보급률 자체가 생각보다 굉장히 낮다. 하긴 DVD 를 안사는데 DVDP 가 팔릴 리가 없다. 우스개소리로 O양 비디오때문에 초고속 인터넷 설치하고, 아파트마다 광랜 깔리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웃긴다. 영상처리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는데 영화산업은 망해가고 있고, IPTV 및 각종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해도 방송사 콘텐츠는 점점 저질이 되어가고, 거대한 온라인 시장이 형성되고 음악 제작 및 툴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데도 얄팍한 샘플링 조합물만 양산되어 유통망을 덮어버리니 음악 산업계는 주저 앉을 수 밖에 없고...

기술 혁신의 진화와 사업적 성공이 별개라는 말은 정말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삼성 말대로라면 파브를 많이 판 것도 물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장사를 잘한 탓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어쨌건 파브가 비싼 이유도 껍데기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며, 삼성은 엔지니어보다는 장사치의 마인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스스로의 고백이기도 하다. 사실 난 하이파이 잡지에서 삼성 파브가 품질로써 별다섯 또는 일등이라는 평가를 받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자꾸 일등 일등이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껍데기?

그런데 껍데기를 통한 전자제품의 명품화가 이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이라도 동원되어 저가정책이라도 편다면 기술혁신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은 갈 곳이 없어질 텐데, 삼성은 전체 기업의 생태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쩝...

사람들이 삼성을 테크널러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위의 말을 곰곰히 씹으면 '우리는 그저 장사를 잘 하는 기업' 밖에는 안된다. 중소업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술혁신을 이루어 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업적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우니 대기업이 해야 한다? 엄청난 고비용 브랜드 마케팅과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껍데기같은 아날로그적 요소가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 가치 창출에 더 효과적이다라는 시각이 요즘 대기업의 생각이라면... 그러니 여러분이 밀어주어야 할 것은 대기업이다 이건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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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 MP3 를 만들던 회사가 왜 망했냐? 삼성때문에?", "아니다. 애플 아이팟 때문이다. 아이팟이 믿을 수 없는 저가에 나왔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아이팟 점유율과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분석으로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는 한데, 어쨌건 요지는 그것이 아니고 초저가 전략이라는 부분이다.

초저가 전략은 대기업의 주요 전략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휴대폰을 가장 많이 판매한다고 하는 노키아는 부품 생산 플랫폼 6개만 가지고 50종의 휴대폰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플랫폼 활용의 극대화 전략으로 '부품 공유화' 가 그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거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플랫폼 베이스로 가면 초저가 경쟁력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1, 2위 기업들이 초저가 경쟁을 선도하기 때문에 나눠 먹는 시대는 끝났고, 작은 회사를 위한 Value Chain 은 더이상 없다는 거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다신 한번 대기업 아니면 안된다라는 논리로 들린다. 그런데, 한국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삼성을 떠받들만한 내수시장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저가를 팔 리 없겠지만 해외 시장을 생각하면 저가 정책이 현명하다. 적어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런데 나라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밀어주나? 수많은 기업과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플랫폼 베이스의 초저가 전략으로 가면 대기업 들어간 몇몇을 제외한 대다수의 청년들은 대학 졸업하고 다 뭐하라는 건지... 삼성같은 대기업은 그저 인재라고 하는 몇사람들만 빼 갈 뿐이다. 저가 노동도 필수일텐데, 그거 하려면 싼 노동력 시장 찾아 못사는 나라에 공장 만들어야 하고, 결국 국내는 EMPTY ROOM 이 되고 말텐데... 할 수 있지만  하면 곤란한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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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비용과 필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성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참신하고 기발한 기술적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만약 그것의 상용화를 위해서 소비자를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라면, 십중팔구 돈만 엄청 쏟아 붓다가 망할 거라고 했고, 사업적 성공을 생각한다면, "소비자가 돈 쓸 거 같냐? 현재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거의 대체물이냐? 현재 세상에 없는 거냐? 플랫폼 베이스의 모델이 가능하냐? 등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글쎄...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삼성은 파이오니어적 기질이나 도전정신이 없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들린다. 삼성의 두뇌가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현업에서 치고 올라 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그러면 기업이 돈 꼴아 박아야 한다는 거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삼성같이 1등 1등을 외치는 기업이 그런 거 안하면 도대체 누가 그런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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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이 되지 않는 인벤터는 결국은 대부분 쇠퇴했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없는 이노베이터는 금방 모방되고 따라 잡히기 때문에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노베이션으로 뜬 벤처기업들은 보다 큰 대기업으로 인수되고 돈을 번 경우가 많다. 기술 과잉보다는 균형을 잡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고, 밸류 체인에 돈이 도는 모델을 꾸미고, 시장을 광의로 잡고, 인벤터, 챔피언, 스폰서, 크리틱 4가지를 확보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크리틱이라... 그래도 삼성이라는 기업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쓴소리를 해왔는 지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그 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쓰지만 삼킨 적이 있던가, 삼성은? 삼성 내부에는 크리틱이 오히려 없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오죽하면 회장 1인을 위해 10만명이 일하는 회사라는 소리까지 나오나... 1등 회사를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집안에서 무슨 크리틱??? 크리틱 없고 이노베이션 없는 자칭 챔피언으로 밖에는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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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가장 큰 폐해로 든 것이 정보 편식으로 종합적 사고가 안된다는 거라고 했다. 만약에 온라인 쪽에서 새로운 신규사업을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재미있는 솔루션을 생각해 낸다면 승산있을 지도 모른다라고...

뉴미디어의 속성상 정보편식이 발생하고, 종합적 사고가 안된다는 말에는 상당히 공감하는 편이다. 신문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헤드라인만 본다 하더라도 어쨌건 하나 하나 보는 방식이고, TV 뉴스도 비슷해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의 분야를 안배한 구성이라 그냥 보고 있으면, 질적인 부분은 거시기하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어쨌건 다양한 반찬을 제공받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수익 창출이 중요한 온라인 기업에, (특히 규모가 큰 기업에) 종사하는 개발자나 기획자들이 정보 편식 예방 시스템같은 것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별로 없다. 특히 광고를 주식으로 먹고 사는 업체에서 이런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위 하나 하나가 수익 또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내놓아야 하는 대기업일수록 더더욱 불가능하다. 따라서 포털같은 곳에 큰 문화적 가치를 두면 안된다. 그저 광고주 디펜던트 플랫폼일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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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정보 편식의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떤 비즈니스건 플랫폼과 콘텐츠의 조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콘텐츠에 비해 플랫폼의 파워가 막강한 상태에서는 사실 콘텐츠의 파워를 높이는 정책을 가져가기가 어렵다. 콘텐츠가 강하면 콘텐츠 디펜던트한 모델이 되어 버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플랫폼 대신 콘텐츠가 주도하는 모델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라는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 알고 있어야 한다. 포털이라는 플랫폼의 후방에는 광고주들이 있고, 콘텐츠의 후방에는 다양한 정보와 문화가 있다. 광고로 먹고 사는 업체라면 결국 플랫폼 파워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고품질 콘텐츠가 얹혀질 확률은 점점 낮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그러니까 밥상에는 광고주 입맛에 맞는 반찬만 올라가게 되고 결국은 편식이 발생하고 건강하지 않는 식습관, 그러니까 정보 편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래도 블로그가 아직은 콘텐츠 주도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어떤 편식 극복의 대안이 나오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싫든 좋든 꼭 알아야 하고 들어야 하는 정보와 교양과 지식들이 엄청 많은데도, 현재 (방송을 포함해서) 포털에서 유통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지식과 교양 정보의 획일화와 저질화 수준은 굉장히 심각하다. 특히 음악, 영화, 문학, 예술 분야는 거의 사막화 현상이 한창 진행된 것 같은데, 어쩌면 거대 비즈니스에 편입될 수 없었던 것들을 플랫폼의 반찬으로 억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영양분은 파괴되어 버린 채 껍데기만 먹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우려스러움도 든다.

뮤지션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플랫폼 베이스의 모델에 적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샘플링에 의존한 프레이즈 짜깁기 모델이나 표절에 가까운 차용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음악들을 아주 혐오하는 편인데, 이런 건 십중팔구 돈벌려고 만든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기타 리프 하나, 프레이즈 하나를 만들고 그걸 쌓아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일은 플랫폼 베이스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성격의 작업들이 아니다. 하나 하나가 두뇌와 마음을 짜내야만 뭔가가 조금씩 나오는 아주 비효율적인 노가다들이다. 플랫폼이 없으면 규모의 경제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니 어쩌면 정말 가치있는 음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비즈니스가 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기술 혁신이 없는 곳에 명품이 있다.


2008년 4월 16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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