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2월 아관파천이라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고종 및 친미-친러파 관리들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러시아의 보호 아래 숨어 들어가고, 따라서 러시아 공사인 베베르가 조정을 죄자우지하도록 하고, 결국 친미파와 친러파는 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일종의 괴뢰 내각을 만들게 됩니다.

그 때, 천민 출신 장사치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들락날락하면서 러시아어를 익혔던 김홍륙이라는 인물이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대통령 비서실장급으로까지 초고속 승진을 하고 베베르와 고종 사이의 통역을 하게 되고, 그는 그 통역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악용하여 벼슬자리를 좌지우지 하는 등의 온갖 전횡을 일삼게 됩니다.

815 광복 이후 미군정 시대에도 통역들이 그 사이에서 농간을 부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통역 정치'의 시조에 해당한다고도 합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과 그에 저항하는 촛불로 온 나라가 뒤덮이게 만든 그 첫 단추를 꿴 것도 사실 이명박 정부의 그 의도적 오역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미친 쇠고기 사태도 다분히 그 정부의 통역 정치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PD수첩을 밟은 논리도 '번역 왜곡' 이라는 것으로 역시 같은 정치 논리입니다.

물론 한국을 경제주권 포기하면서까지 미국의 쓰레기 땡처리 소고기 시장으로 넘겨주고 이명박이 뭘 받았을까는 언젠가 역사가 들춰 내겠지만... 아마도 어떤 영화감독이 하지 않을까요? <화려한 휴가> 처럼 ...

어쨌건 아관파천 이후 가장 바빠진 외교 사절은 알렌과 베베르입니다. 알렌은 지금의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인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제중원 (광혜원) 을 세운 인물이라고 알려진 그 선교사이기도 합니다. 알렌은 굳이 말하자면 '선교 정치' 를 한 인물입니다. 의료 선교하러 들어왔다가 조선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을 하죠.

알렌은 자신에게 큰 신세를 진 이완용을 비롯한 조선 친구들이 내각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때를 기회로 삼아 조선의 이권 획득에 열을 올립니다.

가장 탐낸 것은 인천-서울 철도 부설권인데, 알렌은 자신의 친구인 미국인 모오스에게 얻어 주려고 합니다. 먼저 당시 조선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베베르에게는, 러시아 군대 최우선 수송 보장 등의 조건으로 양해를 구하고, 이완용의 도움을 통해서 신속히 진행을 시켜 두달만인 그해 3월에 바로 허가서를 교부받고, 3년 내 완공 및 15년간 미국인 운영 후 조선 정부에 반환, 이라는 계약을 성사시킵니다. 이완용이 이것으로 얼마의 뇌물을 받았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모오스는 자금 및 사업능력이 없는 브로커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공식만 가진 후 일본에게 경인 철도 부설권을 넘깁니다. 그리고 경인선은 1900년 7월 개통하게 됩니다.

알 렌은 이어서 이완용의 도움으로 운산 금광 채굴권 계약 내용 변경과 재인가 공작을 시도합니다. 운산 금광 채굴권은 1895년 민비가 시해당하기 직전에 알렌에게 25년 계약으로 하사하고, 알렌은 또 모오스에게 넘긴 것인데, 모오스가 광산 개발을 하지는 않고 방치함에 따라,

다시 인가를 받고 채광기간도 재인가일로부터 다시 25년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한 것입니다. 운산 금광 관할권은 농상공부에게 있었으나 이완용은 궁내부로 이관시켜 이권 시비 소지마저 없애 버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오스는 운산 금광 채굴권을 이듬해 미국인 헌트에게 3만 달러에 팔아 버립니다. 헌트는 이 금광의 엄청난 사업성에 눈을 뜨고, 그 이익에 대한 조선 국왕 지분 25%의 지분마저 10만 달러에 간단히 매입하여 완전하게 사업독점권를 확보하고는,

1939년까지 40여 년간 순금 80여톤을 채굴, 1,500 만 달러의 수익을 거둡니다. (요새 시가로 치면 약 2.5억 달러라고...) 그리고 왕실에는 광산 사용료와 세금 더해서 수십만 달러를 지불할 뿐입니다.

세상 물정 몰랐던 왕실과 관리들은 황금광 거의 공짜로 내주면서, 게다가 왕실 지분 25% 까지 거의 헐값에 빼앗기면서도 미국 사업가들의 탐욕의 실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1903년 당시 금광에는 서양인과 일본인 기술자 약 70명, 중국인 노동자 7백여명, 그리고 조선인 노동자 2천여명이 일했는데, 새 광맥이 발견될 때마다 미국인들은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금에 손대지 마, 그러니까 No Touch 라고 하고, 이것이 조선인들 사이에서는 '노다지' 라고 퍼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이완용과 알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업권을 미국인들에게 넘기는 이유는 '미국의 조선에의 투자와 관심' 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라고 말이죠.  지금의 미국에 목을 매는 상황과 완전 100% 같습니다. 정부의 '해외 투자 논리' 절대로 곱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눈에 뜨이는 것은 아마 닥치는 대로 팔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1905년 일본과의 가쓰라 테프트 밀약에 따라, 파티에서 일본과 술 한잔 하면서 "그래 조선은 너네 가져라, 대신 필리핀 딴지 걸지 마라" 하고는 조선에서 공사관을 아예 철수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을사조약, 정미7조약, 각종 조약으로 각종 주권 하나씩 하나씩 그 '권력 유지 보호'와 거래되면서, (정확히는 반은 스스로 내어 주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입니다.

<이완용 평전> 참조


공기업 민영화에 외국자본과 대기업 자본 참여 제한 안 한다고 합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경험은 벌써 잊었는지, 얼마 전에는 인천공항마저도 외국 자본에 팔아 치운다고 합니다.

공기업의 민영화 논리로서 정부는 경영 및 수익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들먹이지만,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효율적인 민간기업 보신 적 있습니까?  대부분의 기업이 비정규직 체제로 전환하고 노동착취로 노동시장과 고용안정 및 생계보장권 교란하면서도 '수익성 악화' 라고 난리들을 칩니다.

정부는 효율성 운운하면서도 효율성과 대척점에 있는 그 낙하산 인사는 지금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미 정부는 그 말과 행동이 완전히 분리되어 말은 북극에, 행동은 남극에 있는 상황입니다. 그 내부에서도 그 둘이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한미 FTA 를 묶어서 보면 참 무서운 현실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한미 FTA 는 현재로서는 비준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만, 외국 자본과 대기업 자본이 한국에서 민영화 된 물, 전기, 가스, 교통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하고 이 기업들이 상장이라도 되는 날에는 거의 꼼짝 없는 겁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써야 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재화들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첨병 역할로서의 사유재가 되어 버리면, 자본은 그 사유재에 열라 채찍질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가격은 달립니다. 절대 내려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비 시장의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있는 서민들도 벌어 들이는 소득의 대부분을 이 재화에 쏟아 부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화, 교양?  여기에 쓸 돈 당연히 없고 관련 사업조차 모두 실종하거니와, 결국 오로지 돈 되는 대형 스타와 블락버스터에만 올인하게 됩니다. 지금의 영화, 음악, 문화 예술계는 이미 그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시장, 투자자나 제작자 등 몇몇 큰손들이 지금 비정규직들과 헐값처리되고 있는 일당백 노동자들 데리고 거의 착취하고 있는 거로 보이시지 않습니까?

대중의 감성이 스타와 블락버스터 감성으로 변하면 세계의 모든 다양한 문화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조차 못하고 외면당합니다. 우리나라 문화 굉장히 천박해 지고, 결국 문화의 다양성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산업으로서의 토대도 무너지게 됩니다.  허깨비 스타에 열광할 뿐인 개인의 '삶의 질' 이제 다 남의 이야기 됩니다.

그나마 많이 못버는 또는 돈없는 사람들은 그 '재화로부터의 접근 금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재수없게 한미 FTA 통과되어 그 독소조항인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라도 발동하는 날에는 정부조차도 접근 금지가 됩니다. No Touch, 노다지, No Touch, 노다지 ...

ooo

그러면 정부는 왜 공기업을 해외 자본과 대기업 자본에 넘겨 주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일까요?  왜냐하면 그들이 '권력' 을 보호해 주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한나라당의 권력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대기업 및 해외자본은 정치권력을, 정치가는 그 자본의 경제 권력을 보호해 주고, 소위 '가진 자들의 상호부조' 가 이루어집니다.

(국내 대기업이라 해도 사실은 대부분 해외자본입니다.) 해외자본은 정부로서도 빼도박도 못합니다. 결국 지금은 경제 권력이 곧 정치 권력이요, 정치 권력이 곧 경제 권력인 시대입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는 검찰과 경찰은 무조건 그 권력의 수호자로서 기능하게 되고, 언론은 밥줄인 광고 때문에 역시 무조건 권력에 금칠해 줄 포장 수단으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결국 자본을 가진 자가 왕이 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라는 것들이 다 같은 맥락입니다.

방송사 공영성 운운하지만 대기업 광고 앞에서 큰소리 칠수 있는 방송사 있나요? 여러분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 광고 중 정말 '건전한 광고' 얼마나 될까요? 가령, 회계 부정과 편법증여, 각종 탈세하는 일등기업 삼성이 국내 최대 광고주인데, 원래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기업 광고 거부해야 할텐데, 어디 그럽니까? 한겨레와 조선의 연봉 차이가 괜히 나겠습니까?

뉴스로는 뭐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광고에서는 '아, 대단하신 삼성이여..." 광고 또 열라 때립니다. 언론으로서의 기능과 영리 추구의 기능이 철저하게 분리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뒤엉키고 개념 분리가 어렵게 됩니다. 결국 묻어 가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방송사가 정말 공영성을 목숨처럼 여겼다면 그 연봉 지금의 절반 수준이어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거 받아 들일 인물 과연 몇이나 될 것 같습니까?

정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권력의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 정치가의 보호자는 노동자들이며, 사회당 정치가의 보호자는 사회주의자들이며, 한나라당의 보호자는 상위 5% 기득권층들입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부자, 주식 부자, 대기업 정규직 및 임원들로 한국의 돈줄을 쥐고 있습니다.

한국은 삼국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부터 오랫동안 중국의 보호를 받는 신하 국가로서의 근성이 지독하게 남아 있는지, 구한말 청나라,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으르렁대던 격변기 때 조차도 정치 권력을 손에 넣은 자들은 늘 어김없이 다른 나라로 하여금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그 보호자가 되주십사 쫓아 다니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청나라에 붙었다, 미국에 붙었다, 일본에 붙었다, 러시아에 붙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댓가로 많은 권리를 내줍니다. 때로는 정치 권력의 일부, 사업권의 일부, 경제 주권의 일부 등등등... 그리고는 백성들, 서민들에게는 그들이 우리를 도와준다, 우리 경제를 도와준다, 라는 식으로 엉뚱한 소리를 해댔습니다.

뉴라이트의 직계 선조인 구한말 친일파나 친미파의 실체는 단순히 나라를 팔아먹은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신들의 '정치권력 유지의 보호를 요청하면서 외국에 국내의 이권을 내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우리 것을 빼앗긴다, 라고 하면 딥따리 흥분하는데,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에는 보면 다 속아 넘어 갑니다.

노다지의 유래를 아십니까?  저는 공기업의 민영화 이렇게 봅니다. "해외 자본에게 노다지 줄테니 내 권력 좀 보호해 줘" 물론 해외자본도 이걸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그 나라의 권력층이 백성들이 노다지 손 못대게 비호를 해 줄 테니까.  똑같은 일이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시작해서 우린 이미 수차례 겪었습니다.


2008년 8월 13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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