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혼자서 영화를 본다. 스크린에서는 잔혹한 살육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무서워 죽겠다. 이 끔찍한 공포를 이겨 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눈을 감아 버리면 되니까. 정말로?

그것이 정말 공포를 이기는 것일까?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의식 발현요인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 정말 공포를 이기는 거냐는 거다. 눈을 감아 버리니 공포의 실체가 뭔지도 모르는데...

공포에 관해 논할 수 있는 자격은 '살이 베어지고 피가 난자하는 그 장면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본 사람' 에게만 주어져야 한다. 눈을 감고 공포를 외면하면 머리에 공포의식만 남는다.

공포를 외면했을 때 관객의 無知 는 살인자에게는 幸 이 된다. 그리고 관객의 無知 는 罪 가 된다. 관객은 '간접 공범자가 되느냐 목격자가 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뭘 택하겠어?

'용산경찰 살인사건' 을 보면서 이런 생각만 자꾸 든다. 무지를 강요하는 자와 무지를 수용하는 무리들의 공포의식... 눈감으면 지는거다. '공포의 실체' 대면 만이 공포를 이기는 거다.

이 대면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무서워도 눈 감아 버리는 사람들... 눈 뜨고 싶을 때만 뜨는 무리들, 애써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無知 는 罪 니까. 그래서 우리는 죄인이다.


2009년 1월 2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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