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s

OLD POSTS/음악 2014. 2. 3. 10:48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유럽의 프로그레시브락 또는 이탈리아 아트락 중에서 예외적으로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은 음악이 몇 곡 있습니다. New Trolls 의 Adagio 나 Manfred Mann's Earth Band 의 Questions 같은 곡들 말이죠...

하지만, 80년대만 해도 나온 음반이 없어 라디오 말고는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청계천 뒷골목을 찾아가서 빽판을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New Trolls 나 MMEB 의 LP 들은 해적질 우선 아이템들이기도 했구요...

불세출의 명반입니다. MMEB 의 The Roaring Silence (1976)


그런데, (아트락이나 프로그레시브락을 포함해서) 락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을 때를 보면, 고전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차용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아마도 위대한 작곡가들의 그 아름다운 선율들이 락음악의 거친 비협화적 공격성이나 다소 난해한 선율진행을 감싸안은 덕분이 아닐까 싶지만, 어떤 경우에는 락이 고전의 선율을 품어 아름다운 락음악으로 태어나기도 하죠. 비발디의 사계는 New Trolls 의 Adagio 가 담겨 있는 Concerto Gross No.1 를 안고, MMEB 의 Questions 는 슈베르트의 즉흥곡 D 899 를 품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음악을 좀더 대중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전음악을 빌리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저 많이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곡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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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름다움과 감동은 눈을 통해 보여지거나 전달되는 것이 아니죠. (사실 불가능함.) 사람은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에서 얻는다고 하지만, 음악의 감동이란 것은 나머지 20% 에 속하는 영역이구요. The Roaring Silence 앨범 커버는 어쩌면 음악은 귀로 들으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듣는 매체인 라디오는 연예인들의 농담따먹기로 채워지면서,음악이 우리들의 귀로 들어올 공간과 가능성은 거의 완전히 봉쇄당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그들은 보는 상업음악을 만들었죠. 그 음악 재료는 TV쇼에 필요한 외모, 댄스, 현란한 쇼, 주접 등등 ...

그러나, 우리나라의 라디오가 연예인들의 잡담시간으로 채워지기 이전, 그리고 라디오가 천편일률적인 댄스가요나 힙합 노래들에 점령당하기 이전에는 좀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라디오에서 소개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라디오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였고, 다양한 음악이 흘러 다니는 바다였습니다. 최근 발매된 음반에서부터 시대를 초월한 명반까지 ...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음악에 귀기울이고, 감동하고, 그 음반을 찾아서 여기저기 헤매며,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빽판을 구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구요... 고딩이나 중딩 때 청계천 뒷골목은 다소 겁나는 곳이었죠...-.-;

LP가 가득한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오래된 음악들을 들려주던 카페들도 꽤 있었고, 지금보면 촌스럽기도 한 뮤직비디오들을 대형스크린에 틀어주던 음악감상실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어느 인기 드라마에 나왔느냐에 따라 히트곡 순위가 정해지고, 노래실력보다 외모와 춤실력만을 요구하는 댄스가요가 양산되기 전에는 마음으로 노래할 줄 하는 우리나라 가수들도 많이 있었구요...

지금은 미니홈피 BGM 이나 링톤같은 모바일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음악상품은 이제 더 이상 "감동"의 대상은 아닌 것 같고, "소비"와 "과시"의 대상일 뿐인가 싶네요. 자신의 조용한 방 안에서 음악을 귀로만 들으며, 그 울림의 감동을 느끼는 그리고, 그 감동을 위해 음반을 기꺼이 돈을 주고 사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 사라지고 나면, 음악이라는 것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진실은 음악은 결코 눈으로 얻을 수 있는 감동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 ...


2007년 6월 10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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