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9일부터 방송이 되었으니까 딱 1년 전이다. EBS 에서는 매주 1회씩 <애비 로드 라이브, Live from Abbey Road> 라는 12부작 HD 음악다큐를 12회에 걸쳐 방송한 바 있다. 세계 유명 대중음악 뮤지션 38개팀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초대되어 3곡 정도를 연주하고 녹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로서 영국 채널 4 에서 방영된 이후 미국에서는 선댄스 채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EBS 에서 방영이 되었다.

Oasis, RHCP, Paul Simon, James Morrison, Dave Matthews, David Gilmore, The Kooks, Wynton Marsalis, Muse, Shawn Colvin, Kasabian, Josh Groban, The Killers, LeAnn Rimes, Massive Attack, Jamiroquai, Damien Rice, Goo Goo Dolls, Iron Maiden, Gypsy Kings, John Mayer, Richard Ashcroft, Norah Jones 등등등 출연.

아마존 등에는 그 베스트 DVD 가 출시되어 있긴 한데 100 여곡 중 30곡 정도만 들어 있어 이걸 사긴 좀 그렇고, 나중에 박스세트 등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음악 다큐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BBC 의 음악 다큐인 <음악기행 클래식 Classical Destinations> 13부작이 방송되고 그 이후 몇번 재방되더니 최근에 <클래식 명곡으로의 길>이라는 타이틀로 DVD 세트가 국내 출시 되기도 했다. 물론 그 이전에 <Classical Destinations> 라는 타이틀로 DVD 가 출시되어 국내 수입된 바 있었고 풍월당 같은 곳에서 싸놓고 판 적도 있기도 하다. <Live from Abbey Road> 요것도 그렇게 몇년 후 나오지 않을까...

어쨌건 <애비 로드 라이브> 마지막회를 장식한 뮤지션이었던 존 메이어는 <Gravity> 의 수차례 녹음 테이크 중간중간에 이런 저런 인터뷰를 한다. 그중 EBS 의 번역을 그대로 빌리자면,


" 'Gravity' 는 제가 썼던 가장 중요한 곡 중 하나입니다. 저한텐 실험적인 곡이었어요. 가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고 생각의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에 (keeps open for me) 이 곡을 연주할때마다 그 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죠. 또 진심으로 노래할수 있고요.

'Gravity' 는 모든 일에 관련된 '보편적인 주제 (universal theme)'를 담고 있거든요. 현재 자기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지 않으려는 내용이죠. 행복이나 성공같은 걸요. 유혹이나 나쁜 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용이죠.

이 곡으로 음반의 분위기를 정할 수 있었어요. 소울풀하고 두터한 목소리로 조금은 단순하게 부르기로 했죠. 단순하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뮤지션의 입장에선 기교를 부렸으면 어떤 곡이 됐을지 알기 때문에 지금도 이 곡의 연주가 좀 단순하게 느껴져요. "


기본적으로는 보편적인 주제와 소박한 구성으로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연주할 때마다 그때그때 뭔가를 더 표현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기타 연주로 하고픈 감정 표현을 쏟아내고 싶은 뮤지션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 곡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면서. 그래, 사실 이렇게 음악을 만들 때 뮤지션으로서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

작가, 뮤지션, 영화감독들도 결국 비슷할 거다. 창작 의도가 상업이건 예술이건 어쨌건 자신들이 하고픈 이야기와 생각을 글, 음악, 영상에 직설적 또는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우선 대중으로 하여금 좀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것도 창작의 고통에 포함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위에 언급한 존 메이어의 인터뷰는 새겨 들을만 하다.

'open' 과 'universal theme' 으로 만들어 놓은 <Gravity> 이 한 곡으로 삶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느낌들과 감정들을 그때그때 달리 연주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존 메이어처럼, 대중들에게도 '오픈'과 '유니버설', 그러니까 감정 표현과 발산의 범용적 툴로서의 음악과 영화와 책이 자신을 그때그때 표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도구일 수 있다는 거다. 꼭 뮤지션이나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블로거들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남기는 블로그들을 가끔씩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들은 일종의 사유의 툴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 툴을 이용하여 난 그때 그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블로그 상에 표현하는 것' 이다. 그러니까 대중은 대중문화를 오픈 & 유니버설한 매개체로서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즉 그 툴 자체를 직접적으로 비평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그 툴을 활용해서 나를 비평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신 이런 비평은 가능하다. 이 툴은 좀 불편하군. 사용하기에 어려워...

작가가 직설법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요즘 가요들의 가사나 영화들의 내러티브들을 보면 울트라 유치한 수준으로 직설적이다) 대중이나 뮤지션부터 스스로 처음부터 경험과 표현의 폭을 제한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은유법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 또한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대중의 범위를 매우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범용일 정도로 은유의 적용 폭이 넓으면서도 개인 개인마다의 직설 화법이 잘 적용되는 그런 거...

지금 이 순간 대중이냐 예술이냐, 의 기로에 선 예술가들이 있다면 이런 'open' 과 'universal theme' 의 미학을 한번 사용해 보심이 어떨지...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2008년 12월 3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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