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memory would you take to eternity?

언제나 단 하나만을 골라야 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묻거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는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언제나 망설이게 되는 것처럼...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서 간직해야 한다면 며칠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꽤나 고민되는 일이겠죠.

제가 상당히 편애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Wandâfuru raifu (1998) 에 따르면, 죽고 나면 우리는 낡은 역에 도착하고 거기서 일주일 간 머물면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서 그걸 영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의 세계로 떠나게 됩니다.

천국도 지옥도 없고, 천사도 하나님도 없고, 단지 기억들을 돌이켜 보는걸 도와주는 상담원들이 있습니다. 이 상담원들은 추억을 영화로 제작할 때 참여하는 제작 스탭들이기도 한데, 그들 역시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고 보통 사람들과 똑같아서 어설픈 특수 효과를 써서 마치 학예회 연극 수준의 소박한 영상을 만들어 줍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이키면서 추억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칠십 평생을 돌이켜 보면서 소중했던 순간을 떠올리지 못해서 당황스러워 하는 할아버지와 아무 기억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젊은 청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순조롭게 추억을 선택하게 됩니다.

중학교 때 여름방학 전날, 기차를 타고 가던 도중 시원했던 바람의 느낌, 어머니와 대나무숲에 소풍 갔던 기억, 어렸을 때 빨간 원피스를 입고 춤추던 기억 ...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기억들은 뭔가를 성취한 기억이나, 성공했던 기억보다는 일상에서의 작고 빛나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그 가장 소중한 기억을 추억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그 추억을 영화로 만들고 그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기쁨은 또 하나의 보너스처럼 보이구요..

이 영화를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도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기억을 선택하지...?

저는 아직도 인생을 깨우치지 못해서 그런 건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건지, 기억하게 될 단 하나의 추억보다 잊혀지게 될, 다른 많은 추억들이 안타깝게 생각되어 선택하기를 주저하게만 되네요. 마치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절박하게 도망치던 Eternal Sunshine of the spoteless mind 의 짐 캐리처럼...

그렇지만 이 잔잔한 영화가 기억속에 묻히지 않고 가끔씩 생각나서 내 자신에게 이 질문을 계속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What memory would you take to eternity?

인생을 가끔씩은 돌이켜 보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해 줄 테니까....

2007년 5월 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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