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2006)

OLD POSTS/영화 2017. 3. 24. 19:50


2007년 2월 25일 미국 LA에서 7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작품상 후보이기도 했던 <Babel>은 Gustavo Santaolalla 의 음악으로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2006년 5월에 있었던 프랑스 깐느영화제에서는 <Babel>로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가 감독상을 수상했죠.

아르헨티나의 영화음악가인 Gustavo Santaolalla 는 78회 시상식에서도 <Brokeback Mountain>으로 수상했으니까, 2년 연속 수상을 한 것이네요. <Amores Perros>(2000), <21 Grams>(2003), <Motorcycle Diaries>(2004)도 그의 작품. 그가 연주하는 남미 기타의 정적인 사운드와 소박한 악기편성으로 만들어낸 음악은 그가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는 음악을 만들 줄 아는 음악가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멕시코 감독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는 전작 <Amores Perros>(2000) 와 <21 Grams>(2003)에 이어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서로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 얽혀가는 복잡한 플롯의 영화를 <Babel>에서 또 다시 선보입니다.

타이틀이 암시하듯, 또는 사람들의 해석처럼, 이 영화는 소통의 불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소통의 불능이 아니라 한 가족, 또는 같은 문화 안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단절을 여러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를 잃고나서의 고통과 슬픔으로 가로막혀 버린 부부간의 단절, 게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함께 여행온 같은 문화권 사람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릴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언어도 문화도 다른 모로코 사내와 할머니..


용의자에게 무자비한 공권력과 폭력으로만 대응하는 경찰, 결국 또 다른 소통의 부재로 인한 비극.


샌디에고에서 멕시코로는 갈 수 있었지만, 반대 방향의 여행에서 모든 걸 잃게된 아멜리아, 불법체류자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국경의 단절.


엄마의 자살과 사춘기의 예민함이 아빠와의 대화을 힘들게 만들고, 청각장애로 인해 세상의 소리와 단절되어, 소통할 수 있는 상대를 애타게 찾는 치에코.

하지만 이러한 것 외에도, 영화를 보면서 문득 느낀 것은 "거리"에 의한 소통의 단절이었습니다. 단순히 총의 성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 관광버스에 총을 겨눈 소년이 만약 버스 안의 Susan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총을 쏠 수 있었을까....

피해자가 흘리는 피를 마주할 필요도 없이 망원렌즈로 조준하여 냉정하게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총으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로 인해 가해자에게는 희석되어 다가옵니다. 상대를 가까이서 마주하고서 사용하는 칼에 비해 매우 비겁한 무기일 수도...

그렇다면, 비행기 위에서 혹은 더 멀리에서 포격하는 폭탄은 가장 비겁한 살상무기이면서 동시에 극악무도하게 잔인한 것이 됩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쟁 및 테러의 주요 무기가 폭탄 포격이며, 이때에 가해자에게 있어 피해자들은 개개인으로 인식되지 않게 되겠죠. 이라크와의 전쟁에 찬성하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노출되는 장면은 민간인 피해자의 클로즈업이 아니라 파괴된 도시나 건물을 멀리서 잡은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멀리 전화선 반대쪽에 있는 간절한 보모의 부탁은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 걸린 부탁일지라도 그녀를 이방인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거절해 버릴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사람들 사이의 지리적, 물리적 거리, 그리고 문화 차이에 의한 감정적인 거리,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폭력과 불행들을 낳는 것 같습니다...

2007년 2월 27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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