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유럽에서 로마까지의 기차 여행을 따라서 세 명의 감독이 각각 연출한 세 가지의 이야기가 함께 엮어집니다.

Abbas Kiarostami,  Ermanno Olmi,  Ken Loach


Ermanno Olmi 의 첫번째 이야기


기차 안을 배경으로  한 노교수의 설레이며 망설이는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점점 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테러 방지를 빙자한 폭력과 통제를 끼워넣고 있습니다. 감독도 낯설고 내용도 선뜻 다가오질 않아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Abbas Kiarostami 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두번째 이야기


사소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들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 오해, 편견, 그리고 호감과 선의까지. 짧은 시간 동안에 정말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게 만드는 이탈리아 아줌마 Silvana De Santis 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죠.

Ken Loach 의 세번째 이야기


챔피언스 리그를 보기 위해 로마까지 여행하는 스코틀랜드의 열혈 축구팬 청년 세명의 활기 넘치는 이야기인데 예상치 못한 해피엔딩으로 미소 짓게 만들더군요. 세 청년 중 한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에도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 이야기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수년전 파리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의 불편한 침대칸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여권을 친구 집에 깜빡 두고서 기차를 탄 상태였는데 국경을 지날 때 운좋게도 큰 문제없이 통과했던 기억도 나네요. 여러면에서 국경이 다소 느슨한 유럽을 꽤 부러워 하기도 했었습니다. 국경이라고는 북한과 맞대고 있는, 넘을 수 없는 장벽 뿐인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지금은 EU로 통합된 유럽은 그때보다도 더 느슨한 국경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계급의 차이나 빈부의 차이로 그어지는 경계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 명의 감독은 세가지 이야기를 서로 분리시키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등장인물도 겹쳐 진행시키고 있으며, 기차의 좌석으로 비유되는 "계급"이라는 문제를 미묘하게 또는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언제부터 자신이 지불한 돈의 양에 따라서, 다른 (꽤나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자신이 어떤 등급의 표를 가지고 있는가 (또는 아예 가지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여) 에 따라 안락함과 불편함, 주변의 사람들의 풍경, 사고의 폭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표를 가지고 있는지?   편안한 좌석에 앉아, 통로에서 서서 가는 꼬마아이를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가진 좌석이 영 못마땅해서, 또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자리에 앉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내가 고생스럽게 마련한 좌석을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양보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지...

이 영화를 보시면 이 세가지 좌석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Ken Loach 감독의 따뜻한 메시지가 좀더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7년 4월 4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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