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형식 [2]

기연즐 2013. 12. 16. 23:25


<1> 형식 [1] 에 이어서

어떤 강연이 강사와 청중에게 만족할만한 것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강사의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딱딱 있어 그 연결이 매끄러운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면 좋겠고, 재치와 유머가 많으면 좋겠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거나 감동적인 이야기이면 좋을 것입니다.

이것은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으면 좋겠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이면 좋겠고, 재치와 유머가 많으면 좋을 것이고, 처음 들어보는 것이거나 아주 감동적인 것이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작곡가들은 음악을 만들 때 분명히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죠.

훌륭한 연주가 감동을 주겠지만 실은 잘 짜여진 기승전결의 구성도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연주가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음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감정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죠. 물론 당연한 소리지만. 즉 연주자가 곡의 형식 (Form) 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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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두도막 형식 (binary form) 이라는 것과 A-A-B-A 라는 구성에 대해 이야기했죠. 이와 유사한 가장 유명한 예 하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op.125> 의 4악장에 나오는 합창 부분입니다.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화살을 쏜 <윌리엄 텔> 이야기의 희곡 작가이며 독일의 고전주의 작가인 프리드리히 쉴러가 지은 <환희의 송가> 에 베토벤이 선율을 붙인 것이죠.


처음 4 마디와 다음 4 마디는 거의 동일합니다. 4번째와 8번째 마디가 약간 다를 뿐 반복되고 있죠. 그래서 a-a 는 아니고 a-a' 가 됩니다. 9~12 마디는 새로운 선율이 나오고 마지막 4 마디는 5~8 마디와 동일하죠. 그러면 a-a'-b-a' 가 됩니다. 4마디 단위라서 소문자로 표기.

반복과 대조라고 했는데 이것은 균형과 조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이 나와야만 비교가 되고 균형이 잡힐 수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이 곡 선율의 또 하나의 특징은 3번째 프레이즈와 4번째 프레이즈 사이에 당김음(Syncopation)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에서도 당김음은 대단히 많이 사용되죠. 그냥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마디 첫 비트에 연주될 음을 이전 마디 끝으로 당겨 미리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두 프레이즈가 이어지는 듯하면서도 리듬적으로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그렇다면 형식에는 이렇게 A-A-B-A 스타일의 형식만 있는 것인가요,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의 <푸른 옷소매 Greensleeves> 라고 알려진 영국의 민요는 조금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죠.


못갖춘마디 (0번째 마디로 표기) 를 제외하면 8 마디 * 4 프레이즈 구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1번째 프레이즈와 2번째 프레이즈가 각각 전반부 4마디는 동일하지만 후반부 4마디는 약간 다릅니다. 이것을 A-A' 라고 해보죠.

3 번째 프레이즈는 전반부 4마디는 새로운 것이지만 후반부 4마디는 실은 1번째 프레이즈 후반부와 동일합니다. 4번째 프레이즈도 전반부 4마디는 3 번째와 프레이즈와 동일하고 후반부 4 마디는 2번째 프레이즈 후반부와 동일하죠. 이것은 B-B'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곡의 특성상 좀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곡의 구성은 A-A'-B-B' 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곡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대조를 이루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곡은 계속해서 조성도 변화하고 있죠. A-A' 는 E 마이너였다가 B-B' 전반부에서는 E 도리안 모드가 나오면서 조성이 바뀌기도 하죠. 어쨌건 A-A' 와 B-B' 는 선율과 조성에서 꽤 강한 대조를 이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균형과 조화란 반복만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 나와 주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죠.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한가지 스타일만 자기 복제되고 있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결코 균형잡혀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계속...


2009년 9월 29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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