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리듬 이야기 [2]

기연즐 2013. 12. 18. 11:29


<10> 리듬 이야기 [1] 에 이어서

심장은 주기적인 수축과 이완의 규칙을 통해 온몸으로 혈액을 순환시킵니다. 그리고 리듬은 곡 전체에 펌프질을 하여 혈액순환을 책임지는 심장과 같은 요소이죠. 심장과 마찬가지로 수축과 이완의 규칙이 있고 맥박이 있습니다. 또한 그 혈액순환의 속도 조절도 하죠. 속도 조절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떤 곡이건 적절한 속도의 맥박이 있기 때문이죠. 느린 디스코, 빠른 장송곡, 좀 어색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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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는 동일한 선율이라도 아주 간단한 리듬의 변화으로도 큰 효과를 불러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로 든 3/4 박자의 <베토벤의 미뉴엣 in G> 을 다시 한번 보면 그 첫마디에 한 박자만 들어 있죠. 이런 마디를 못갖춘마디 (incomplete bar) 라고 합니다. 한마디 안에 들어가야 할 박자수보다 적은 수의 박자로 시작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못갖춘마디는 왜 사용하는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일종의 멀리뛰기 같은 개념입니다. 제자리에서 뛰는 것 보다는 조금 달려 가다가 뛰면 더 멀리 뛸 수 있는 것처럼 도움닫기 좀 하다가 첫 박에서 좀더 멀리 뛰라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첫 박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율을 보다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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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이라는 것은 음악을 엮어 나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선율 뿐만 아니라 리듬에서도 마찬가지이죠. 많은 곡들이 그 리듬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그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도 하죠. 이것은 화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듬이나 선율이나 코드진행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그 음악을 들을 때 "이게 뭘까" 도무지 그 정체성을 찾기가 어렵게 되고 안정감도 없어 중심을 잡지 못해 결국은 멀미를 하게 되겠죠.

리듬 패턴이 반복되는 아주 간단한 예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일송정-- | 푸른솔은-- | 느읅어늙-어 | 가았어도-- " 국민 가곡이 되어 버린 조두남의 <선구자> 를 보면 6/8 박자의 모든 마디에 똑같은 패턴의 리듬이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다다다다--" 하는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마디에 사용되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주 쉽죠. 첫마디와 5번째 마디의 선율은 "도미솔도" 의 C코드를 그냥 펼쳐 놓은 것이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 을 보도록 할까요. "일충봉에-- | 해-뜨거-든 | 날--불러주 | 오-----" 역시 6/8 박자로 리듬은 <선구자> 와 전체적으로는 유사하긴 한데 부분부분 약간씩 다릅니다. 폭 넓게 움직이는 <선구자>의 선율에 비해서는 움직이는 선율의 폭도 좁죠.


모든 마디에 거의 동일한 리듬이 사용되는 <선구자>에 반해 마디별로 조금씩 다른 리듬을 사용하죠. 물론 이것도 4마디 단위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 4마디 프레이즈의 첫 마디의 선율은 하나의 음만 사용되고 있어 있죠. 어쨌건.

<선구자>는 C장조의 6/8 박자, <기다리는 마음>은 G단조의 6/8 박자로 서로 유사한 리듬 패턴을 반복하고 있으며 선율도 동요처럼 간단하여 부르기 쉽고 코드진행도 각각 1, 4, 5 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반주 연습하기에도 아주 쉬운 곡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이 불리고 사랑받는 것이겠죠. 또한 이런 곡들은 느리게 불러야지 빠르게 부르면 느낌이 많이 이상할 겁니다.

그런데 조두남의 <선구자> 는 1932년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10년 전인 1922년 발표된 <오빠 생각> 을 만들었던 박태준의 <님과 함께> 의 표절이며 독립운동과도 전혀 관계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도 합니다. 궁금한 분들은 알아서 찾아 보시기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거시기한 것이죠. 국민 가곡 또는 국민 가요라고 하는 노래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들이며 세월은 이를 다 덮어버린 것이니 말이죠. 세월이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 모든 것이 왜곡되니까 말이죠. 몇 십년 정도 지나면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로 둔갑해 있고, 이용당한 자보다는 이용한 자가 추억되고, 부패한 정치인은 죽고 나니 영웅으로 추앙받는 일이 우리 주위에서는 허다합니다.

다음에 계속...

2009년 10월 18일 작성

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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