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전혀 알아 듣지 못해도 음악을 맘대로 받아들여서 내멋대로 몹시 슬퍼할 때도 있고 또는 무지 흥겨워할 때도 있다. 어쩌면 즐거운 가사를 부르는 노래를 듣고 울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때로는 슬픈 가사인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 자체가 이미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언어보다 한단계 위의 의사소통을 해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선율이 아름답고 슬퍼서 눈물이 나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Sigur Rós 의 음악은 좀 특이하다. 선율만 슬픈 게 아니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노래도 너무나 마음을 울린다. 보컬의 신비한 목소리 때문인지 아이슬란드어의 원초적인 울림 때문인지 모르지만, 선율과 리듬과 목소리가 어우러져 나오는 음악이 너무나 내 마음을 울린다. 아주 깊은 곳까지.

특별히 가사가 궁금해본 적은 없다. 그냥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냥 저절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because they sing to my soul.



Sigur Rós 를 처음 들은 것은 2003년 미국에 있을 때였다. 그들의 음악은 황량하게 펼쳐진 고속도로를 달릴 때, 또는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내면으로 끝없이 침잠해 들어갈 때 그 여행을 늘 함께 해주었다.

간혹 그들의 음악은 몇몇 영화에 삽입되었지만, (<바닐라 스카이>,<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 아이슬란드의 Reykjavík에서 촬영된 <The Girl in the Cafe>에서 Starálfur 가 흘러나왔을 때만큼, 주인공 로렌스가 떠나는 비행기를 보며 자신을 자책하던 바로 그 장면에서만큼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없었다.

 그래서 낯선 나라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Sigur Rós 와 영화 <노이 알비노이> 와 가수 Björk 이 탄생된 신비로운 동경의 장소가 되어, Sigur Rós 의 공연을 듣기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까지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아이슬란드를 꼽기도 했었다. 그런 나에게 이 DVD Heima 는 감동적인 선물이다.



"At Home"이라는 뜻의 Heima 는 그들이 2006년 월드 투어를 마치고 아이슬란드로 돌아와서 가진 라이브 투어를 기록한 영상이다. 그들이 공연한 16개의 장소는 대개 작은 마을이거나 드넓은 초원이거나 때로는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아름다운 언덕이기도 하다.

공연은 모두 무료 공연이었으며, 특별한 홍보도 없이 조용히 이루어졌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공연에서는 거세던 바람도, 커다란 개도, 어린아이도 모두 소리를 죽이고 음악에 집중하는 듯 했다.

동화같은 마을들이지만 왠지 황량한 외로움이 깃들인 그들의 나라에서 신비감 어린 자연을 배경으로, 또는 버려진 공장에서, 텅 빈 강당에서, 작은 카페에서 연주되는 그들의 음악은 어쿠스틱이든 일렉트릭이든 심지어 돌멩이를 주워다가 두드리는 순간에도 마술적인 사운드가 되어 온몸을 감싼다.

작은 마을의 관악 밴드도, 동네 합창단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주에 어우러지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여앉아 진지하게 감상하는 그들의 콘서트는 진정한 음악의 힘을 보여준다. 맑은 자연 속에서 자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만들어 내는 Sigur Rós 의 음악은 지구상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종류의 고귀한 음악이며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눈물이 한 방울 맺힌다.

2008년 1월 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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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p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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